경제·금융

세계 반도체업계 '테러 수렁'

값하락 직격탄에 주가폭락ㆍ실적악화까지 세계 반도체업계가 미 9ㆍ11 테러 대참사의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테러 사태이전에도 약세를 지속해 온 반도체 가격은 테러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상태이며 증시에서 주가마저 폭락하면서 업체들은 이중, 삼중의 악재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이 감원, 투자축소, 공장폐쇄 등의 카드를 꺼내고 있으나 수요격감의 파고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나섰다. ◇실적 악화, 주가 폭락의 이중고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리지는 25일 반도체칩 수요감소와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4ㆍ4분기(6월~8월)에 주당 96센트(전체 5억7,6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테러 사태에 따른 실적악화가 지난 회계 분기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회계 분기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론테크놀리지의 스티브 애프턴 최고경영자(CEO)는 "미 테러 사태로 세계 반도체 산업이 중대한 고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반도체관련주의 최근 실적은 더욱 처참하다. 테러 사태 발생이후 지난주까지 전세계 주요 반도체 주식들은 평균 21.0% 하락했는데 이는 각국의 시장평균 하락폭 13.8%보다 52% 더 큰 수치다. 특히 D램업체들의 하락폭은 각국의 시장평균 하락폭보다 2배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D램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업체들의 자구 노력 반도체 경기가 사상최악으로 치닫자 업체들은 잇따라 감원, 투자축소 등의 자구노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다바이시스(AMD)는 25일 비용절감을 위해 2개 반도체 공장의 조업을 중단하고 전체 직원의 15%에 달하는 2,300명을 감원키로 결정했다. AMD는 이번 공장폐쇄와 감원조치로 연간1억2,500만달러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주문형 반도체 제조업체인 LSI로직스도 반도체 경기침체속에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8%를 감원한다는 처방을 내놨다. 타이완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는 올해 사업확장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22억달러의 예산 집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전망 이번 전쟁 분위기는 조금씩 살아날 가미를 보였던 반도체 경기 상승 모멘텀을 약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격이 그 동안 많이 떨어져서 더 떨어질 여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신규 수요가 당장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번 전쟁 분위기로 계절적 성수기인 9월부터 12월을 그냥 보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원도우XP 출시, 브룩데일(펜티엄4에 램버스뿐만 S램도 채용) 판매 등이 반도체 수요 촉진에 별반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의 IT구조물복구소요와 군사부분의 반도체 수요가 반도체 수요 회복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도 있으나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업체들의 추가 구조조정을 통한 감산이 이뤄지지 않는 한, 반도체 경기 회복은 내년 하반기이후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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