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새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

자유연애요? 꿈이야 꾸죠<br>"자연스러운 연기위해 '연기하지 말자'고 생각<br>노출장면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대역 안 썼어요"


너무 빼어난 외모를 가진 배우들은 늘 욕을 먹었다. 얼굴은 훌륭한데 연기는 그저 그렇다고. 한 때 장동건이 그랬다. 조각 같은 외모는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여배우 중에서 손예진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찬사를 보내다가도 이내 등을 돌렸다. 비수보다 날카로운 말에 여배우는 상처 받았지만 손예진은 오히려 더 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다. 양적인 축적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질적 변화가 이뤄진다는 ‘양질전화(量質轉化)’가 그녀에게 일어났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만의 성역을 견고하게 쌓아올린 배우로 성장해 있었다. 화제작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아 역으로 돌아온 손예진을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원작소설이 큰 사랑을 받았죠. “책으로 먼저 접했어요. 무척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에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었지만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선뜻 응하지 못했는데 정윤수 감독님께서 꼭 제가 출연해야 한다고 설득하셨고 저도 너무 매력적인 배역이라서 마음을 고쳐먹었죠.” -연기가 더 다듬어지고 깊어진 듯 싶어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솔직히 연기에 있어서 디테일적이고 기술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인아라는 캐릭터는 아주 자연스러운 성격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지 말자’고 속으로 계속 되뇌었죠. 리허설도 거의 하지 않았고요. 그냥 느낌이 가는대로 대사를 말하고 몸을 움직였죠. 연기하지 않는다는 게 참 어려운 거에요. 게다가 인아의 성격이 저와는 반대에 가까운 성격이라서 더 힘들었죠.” -인아는 자유연애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진씨는요? “저도 꿈이야 꾸죠. 하지만 현실에서 받아들여질까요. 저는 대구 출신인데 그곳은 보수적인 곳이죠. 고등학교 때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더니 학교 선생님께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셨을 정도죠. 인아가 거침 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부러워요.” -속으론 꿈꾸지만 행동은 할 수 없다고 들리네요. “사랑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해요. 한 사람을 만나고, 결혼해서 애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꼭 맞는 건지.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지 말이죠. 삶이라는 게 누군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정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저도 때가 되면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그렇게 살아가겠죠. 그렇지만 좀더 열어 놓은 상태로 살아갈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독점하고 싶은 게 사랑 아닐까요. “아무리 사랑을 해도 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게 분명히 있을 거에요.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어도 외로울 수 있죠.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채워줄 수 없는 어떤 감성적인 부분을 다른 남자가 채워줄 때 분명 흔들릴 수도 있다고 봐요.” -대화가 너무 진지해지네요. 김주혁씨와의 작업은 어떠했나요. “너무 편했고 실제 소설 속 주인공인 덕훈 같았어요. 서로 연기를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고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연기궁합이 잘 맞았죠. 너무 즐거웠어요.” -대사가 좀 야하고 노출신도 수위가 높던데요. “노출신 장면을 놓고 대역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럴만한 장면이 없어요. 저 맞아요(웃음). 왜 대역 논란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부끄럽기도 했죠. 내 입에서 그런(외설적인) 말들이 나오면 어떻게 보일까 상상이 안됐죠. 하지만 일단 하기로 맘을 정하니까 별로 걱정이 안됐어요.” -드라마 ‘연애시대’의 캐릭터와 많이 다른 거 같아요. “인아는 연애시대의 주인공 ‘은호’와 많이 달라요. 둘다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은호는 속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한국적인 여성이죠. 대신 은아는 정말 솔직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여자에요.” -요즘 무슨 일로 소일을 하시나요. “소일이요? 영화 홍보하죠(웃음). 일주일에 5번은 운동을 해요. 3번은 헬쓰 트레이닝을 하고 두번은 살사 댄싱을 배워요. 저만의 스트레스 비법은 운동이에요. 2년반 정도 됐는데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우울증도 확 사라져요.” -배우로서 스트레스 많이 받을 거 같아요. “항상 두렵고 그래요. 연예인들은 ‘살 얼음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정말 상처도 받기 쉽고요. 외로운 직업이에요. 많은 군중들 속에서 참 많이도 고립돼 있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아내가 결혼한다는 소재는 논란이 될지도 모르는데요.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게 과연 정답일까 하는 질문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삶에 대해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앞으로 계획은요. “시간이 지났을 때 손예진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배우라는 자부심을 갖고 싶어요. 다음 작품으로 보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쉬지 않고 열심히 할 테니 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 '아내가…'는 양다리도 용납하는 '순진남'과 미워할 수 없는 '악녀'의 이야기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 작가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영화에 맞게 새롭게 각색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그와도 결혼을 하고 싶다는 아내와 결국 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중결혼(二重結婚)이 과연 가능한 일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남성들의 반응과 달리 여성들은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깜찍한 외모에 화끈한 성격으로 거의 모든 남자들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커리어우먼 인아(손예진)는 평범하고 우직하고 순진한 덕훈(김주혁)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덕훈은 축구를 좋아하고 헌책을 사 모으는 등 개성 넘치는 인아의 성격에 점점 더 빠져든다. 반면 인아는 사랑은 나누면 두배가 된다는 신념으로 자유연애를 추구한다. 한마디로 '양다리'도 용납해줄 수 있는 남자여야 된다는 것. 인아를 너무도 사랑한 덕훈은 그녀와 결혼한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도 잠시. 인아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와도 결혼하고 싶다고 졸라댄다. 덕훈은 이혼도 할 수 없고 결국 허락하고 마는데…. 전 남편도 아니고 엄연한 현재의 남편이 아내의 결혼을 허락한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충격을 준다. 감독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의식했는지 비교적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인아라는 인물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앙증맞은 악녀'로 표현한 것. 김주혁과 손예진의 연기궁합에 힘입어 무거운 소재를 다뤘지만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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