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위기경영 강도 높인다

이건희회장 내주부터 사장들과 승지원 회동<BR>9개월만에 계열사 경영현안 '직접챙기기' 돌입<BR>윤종용 부회장등도 "기업환경 악화" 긴장 당부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는 안부인사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의 첫마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영 외적 이슈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그의 말 다음에는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는 푸념도 뒤따랐다. 삼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 하락 등으로 1ㆍ4분기 실적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데다 한동안 주춤하던 반기업 정서가 ‘김재록 게이트’로 다시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띠자 삼성의 위기경영 강도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계열사 자율경영을 강조하던 그동안의 경영 스타일을 접고 직접 계열사 현황을 파악하는 등 위기감지 시스템을 챙기기 시작했다. 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오는 5월 말까지 전자ㆍ금융 등 소그룹별로 계열사 사장들을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하며 환율, 유가, 내수 및 지방선거의 파장 등 각종 경영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이 회장이 경영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은 지난해 7월 베트남에서 ‘동남아전략회의’를 가진 후 9개월여 만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해마다 연말연초에 계열사 사장단을 승지원으로 불러 식사도 하고 업무보고도 받고 경영지침도 내렸다”며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면서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강도 높은 긴장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사장 역시 “건너편에서 얼음을 깨고 있는데(검찰 수사가 현대차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승계 등으로 확산되는 것) 가만히 있다가는 한꺼번에 빠질 수 있다”며 “이번 승지원 방문을 계기로 계열사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그룹 전체적으로 위기경영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별 위기의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월 월례사에서 “(삼성전자가)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시현상”이라며 이 회장과 같은 맥락의 경영 위기감을 임직원에게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1ㆍ4분기 실적의 경우 환율 하락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직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4~15% 장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특히 “(임직원 모두)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연초) 기대를 많이 했지만 잘 안 풀린다”고 언급, 최근 상황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윤 부회장이 이처럼 위기의식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환율 변동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자 김재록 게이트 등으로 촉발된 경영 외적 요인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음을 시사한다.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현장경영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지난 2월에 이어 최근에도 서산사업장과 울산사업장을 찾아 유가 급등과 환율 하락 등 불리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을 직원들에게 강조했으며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도 연초 대산공장에서 전사전력경영회의를 개최해 원가절감 등을 통한 위기상황 극복을 독려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서 경영 외적 요인에다 지방선거 등 기업경영의 불안요인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위기경영 시스템을 한층 더 강화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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