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조금 분담을 둘러싼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분쟁은 삼성전자가 `명분', SKT가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타협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사 고위 관계자들은 전날 "더 이상의 대립이 두 회사 모두에 득 될 것이 없는 만큼 단말기 유통 시장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분쟁을 마무리했다.
양사 경영진은 특히 전체 모델에 대해 대당 2만5천원의 보조금을 분담해야 한다는 SKT의 요구를 삼성전자가 거부하면서 촉발된 이번 분쟁이 삼성전자 자체 유통 휴대전화에 대한 SKT의 보조금 지급 거부,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조사 움직임 등으로 비화하자 기업 이미지의 타격 등을 우려해 서둘러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보조금 분담 문제로 인해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하고 추후 마케팅 비용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합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 소식통은 "형식 면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관철됐고 내용에서는 SKT의 목표가 달성돼 결국 양사가 명분과 실리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고 말했다.
즉 삼성전자는 대당 2만5천원의 보조금 분담이라는 '의무'를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외형상 과거와 같이 필요한 경우 이통사측과 협의해 마케팅비(또는 마케팅펀드.MDF)만 지급하는 '선택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사실상의 단말기 가격 인하를 의미하는 일률적, 의무적 보조금 지급을 피함으로써 애니콜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은 채 사태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조금이 아닌 마케팅비만 이통사측에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이전의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SKT도 나름대로 상당한 실리를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단 (SKT의) 우월적 지위 남용 여부, 제조업체의 보조금 지급 타당성 등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추진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이며 SKT가 강력한 유통망을 무기로 '완력'을 사용했다는 소비자들의 비판도 무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마케팅비의 총액이 사실상 대당 2만5천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T는 보조금 부분 합법화로 불법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제조사의 마케팅비를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즉 합법 보조금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는'재량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SKT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양사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