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제대로 된 민영방송을 위해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업자 공모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경인방송 사업자 신청접수 시한(오는 24일)이 다가오면서 컨소시엄 구성 등 물밑 작업을 벌여온 참여 희망업체들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가 사업 참여를 본격 선언한 데 이어 닭고기업체 하림의 자회사인 제일곡산과 농우바이오도 지역민방 토론회를 열고 참여를 공식 표명했다. 또 인천의 커넥터 제조업체인 한국단자공업, 신구건설 등도 지배주주로서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자본력이 풍부한 중견기업 영안모자도 참여하기로 하고 조만간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방안과 사업추진단의 주요 인력 구성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서울미디어를 비롯해 이미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ㆍCBS 등도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있어 내년 1월 사업자 선정 때까지 10여개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제2의 SBS’라 불리는 경인지역 민방사업을 두고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공모전을 지켜보면서 경인방송이 과연 누구를 위한 민영방송이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 ‘민영(民營)’이라는 말은 민간이 경영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민영방송이 있었던가. 솔직히 사익을 위한, 더 나아가 대자본의 이익을 위한 사영방송이나 상업방송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민영방송이라고 평가할 만한 곳은 없었다. 특히나 지난해 말 문을 닫은 경인방송은 민영방송을 가장한 사영방송의 종착지가 어디인가를 여실히 보여줬으며 지금은 새 주인을 찾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방송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본은 더 이상 발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훈을 얻는 데 너무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경기ㆍ인천 지역 시민들은 지역방송에 대한 ‘볼 권리’를 상실했으며 경인방송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고 곤란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참된 민영방송을 꿈꾸고 있다. 경인방송 지상파 사업권,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전 경인방송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사업자 선정의 키를 쥐고 있는 방송위원회를 비롯해 인수전에 참여한 모든 주자들이 공정한 경기와 함께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 더 나아가 방송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갖기를 주문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