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증액은 국회에서 직접 늘리기보다는 정부가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윤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9일 본격적인 새해 예산심사를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행 헌법에는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가 정부의 재정팽창의 견제에 주안점을 둬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국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삭감위주의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밀실 나눠먹기식 예산심사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까지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각 상임위 예비심사를 바탕으로 이번 주부터 실시되는 예결위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 앞서 이 위원장을 만나 예결위 운영과 예산심사 방향 등을 들어봤다.
-정부가 제출한 일반회계 기준 117조5,000억원 규모의 새해 세입ㆍ세출예산안에 대해 우선 평가해주십시오.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볼 때 새해 예산은 내년 8% 경상성장률 전망에도 불구하고 5.4%의 증가에 그칩니다. 올해 본예산에 이어 적자 국채발행 없이 세입내 세출원칙을 견지했습니다. 이는 재정의 건전성 제고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적절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당초 계획된 2조원의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금이 2,000억원으로 축소조정되고 일반회계부담으로 상환되어야 할 대러차관보증채무이행(공적자금기금 2조427억원 계상)이 공적자금기금의 부담으로 전환됐어요. 한국은행잉여금 등 일부 세입항목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균형예산의 달성의지가 형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새해 예산규모가 내년 성장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편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 올해 2차 추경까지 감안하면 내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0.5% 감소하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적정한 새해 예산규모를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정부가 내년 실질 성장률을 5.5%대로 전망하고 예산을 짰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삼성ㆍLG 등 대부분의 기관들이 정부전망보다 낮은 4.3%∼5.1%로 내다보고 있어요. 이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출호조가 예상되지만 경제주체들의 소비ㆍ투자심리 회복 지연 등으로 경기가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지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다소 낙관적인 것 같아요. 정부의 낙관적인 성장률 전망과 환율하락에 따른 세입차질의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정부제출안보다 예산을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예산을 늘리는 경우에도 국회에서 직접 증액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새해 예산안이 빠듯하게 짜였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입니다. 예산증액이 이뤄질 경우 유치경쟁이 뜨거울텐데 어느 부분에 예산이 집중투입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년 집행 가능성이 없거나 연례적인 집행부진 사업, 사업계획이 부실한 사업 등에서 예산을 삭감하고 그 삭감재원 범위 내에서 저소득층과 서민 지원, 실효성 있는 실업대책,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농어촌 구조개선지원,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등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올해 예산심사는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 정도 앞두고 이뤄집니다. 의원들의 지역 선심경쟁으로 새해 예산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결위원장으로서 정당간, 의원간 이견을 어떻게 조정하실 계획입니까.
▲현행 헌법에는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가 정부의 재정팽창의 견제에 주안점을 둬 심사해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국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삭감위주의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지요. 그 결과 국민의 부담경감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심사원칙과 기준을 사전 제시하고 철저히 각 상임위 예비심사 자료에 의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이견조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예산배정을 합리적으로 하고 예결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밀실 나눠먹기식 예산심사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계수조정소위까지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할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예산을 챙기는 것을 나무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산에는 우선순위가 있는데 의원들이 지나치게 자기 지역 예산 반영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국회의원은 지역민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국민 전체의 대표로서 국가경영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와 함께 예결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의원들과 행정부 관료들의 자세가 바뀔 필요가 있어요. 의원들은 무엇보다도 위원회 참석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의원들이 없어서 회의가 열리지 못하거나 의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지요. 예결위는 이번에 이런 점들을 바로잡기 위해 의원들의 예결위 출결ㆍ조퇴상황을 철저히 체크, 공개할 계획입니다. 특히 출석이 우수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예결위를 운영하면서 일일이 거명, 속기록에 남긴 뒤 그 속기록을 해당 지역구에 내려보내고 국회의장과 상의해 포상할 생각입니다. 행정부 관료들도 예결위가 국민의 혈세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아주 중요한 일정을 제외하곤 꼭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산심사 결과를 예산심사 때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여진히 `결산심사 따로, 예산심사 따로`입니다. 예ㆍ결산심사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결산심사 결과를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반영, 결산의 예산에 대한 피드백 기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출연ㆍ보조예산의 경우 출연기관별ㆍ보조기관별 실제 집행실적과 이월규모 등을 토대로 당해연도에 필요한 적정 규모의 예산이 계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R&D(연구개발), 정보화사업이나 참여정부의 중점추진과제 등과 같이 명분을 중시해 실적부진 또는 사업계획 부실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확대편성한 사례가 있는데 예산심사 때 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예산심사는 일반회계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일반회계와 똑같이 예산으로 쓰이고 그 규모도 엄청난 특별회계와 기금에 대해서도 심사가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차제에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통합하는 등 재정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만.
▲예결위의 심사과정에서 도출되는 제도 개선사항을 종합ㆍ정리해 현재 활동중인 국회 재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심사자료로 제공할 방침입니다. 재정개혁대상으로는 총액계상 예산사업 등 법률에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는 제도 보완, 재정부담 등을 수반하는 법률안에 대한 예결위의 심사권 부여, 특별회계 정비, 일반회계의 특별회계 및 기금 여유재원 활용, 성과관리 강화, 금융성기금의 국회심사대상 포함 등이 있습니다.
-예결위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올해 결산심사에서 예산집행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감사원 감사청구를 했습니다. 그 의미와 배경을 설명해주십시오.
▲예산집행에서 불법이나 불합리가 시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정부가 그동안 국민의 혈세를 잘못 써도 말로만 지적했지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거든요. 국회와 나라발전을 위해 중요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 내가본 이윤수 위원장
임통일(한국교통장애인협회장)
이윤수 의원은 따뜻한 마음과 분명한 신념을 가진 참 멋진 사람이다.
이윤수 의원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정이 각별하다. 특히 소외되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늘 감싸안으려고 한다. 이윤수 의원을 알게 된 것이 어연 10여년이 넘었는데,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교통사고 유자녀들의 수기공모시상식에 이윤수 의원을 초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단위에 앉아있는 이윤수 의원이 어린이들의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섬세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이윤수 의원을 깊이 존경하게 되었고 이후 장애인 등 사회약자의 권익문제에 대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논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이윤수 의원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이 학비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했고 교통사고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센터 건립까지 확정을 시켜 현재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열정은 참으로 남다르다. 한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성취하고자 최선을 다하며 뚝심을 가지고 밀어붙여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루어낸다.
현안이 발생하면 학자가 연상될 정도로 깊이 공부하며, 해결책을 모색해내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확고한 신념으로 합리적인 의정를 펼쳐 시민단체가 선정한 최우수 국회의원상도 여러 번 수상한 바 있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깨끗한 윤리관을 지닌 이윤수 의원은 같은 의원들 간에도 존경의 대상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언제나 늘 아름답다. 그 바쁜 일과중에서도 몸이 약한 부인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이윤수 의원을 볼 때마다 내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따뜻한 인품을 지닌 이웃집 아저씨 이윤수 의원이 400만 장애인의 사랑과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알고나 있을까.
<대담=황인선 정치부장, 정리=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