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北] [사설/8월 22일] 북한 조문사절단, 대화물꼬 트는 계기돼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가 절정에 이르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전을 보낸 데 이어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6명의 조문사절단이 서울에 왔다. 육로통행과 체류를 제한했던 ‘12ㆍ1조치’도 해제하는 한편 경의선 운행 정상화와 경협사무소 재가동 조치도 취했다. 막혀 있던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기는 하지만 남북당국자 간 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여기자 석방으로 시작된 북한의 평화공세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 위원장 간 면담과 5개항 합의,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지사와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의 면담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 파견도 화해 무드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1874호의 제재로 안팎의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책임 있는 당국자 간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리처드슨 지사와의 접촉은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6자회담 무력화와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노리고 있다. 민간기업 회장과 5개항에 합의하고 정부가 아닌 김 전 대통령 유족 측에 조문사절단 파견을 통보한 것은 ‘통민봉관(通民封官)’에다 남남갈등 유도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사설조문단’을 파견하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다. 통미봉남과 통민봉관을 시도해도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은 북한이 더 잘 알 것이다. 진정으로 화해를 원한다면 김 비서 등은 먼저 정부와 대화를 해야 한다. 남측이 제안한 이산가족상봉회담에 성의를 표시하고 일방적인 조문단 파견에 대한 결례도 사과해야 한다. 정부도 대화성사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한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전기를 마련하는 적극성이 요구된다. 대화는 서로 상대를 인정할 때 가능한데 북한은 애써 정부를 무시하고 있다. 김 비서 등이 모처럼 남한에 와서도 정부를 외면하고 대화를 거부한다면 관계개선 의지가 없고 평화공세 의도가 순수하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김 비서의 행보를 주시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