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변하고있다] 한전기공

「우리 한전기공 4,200여 직원 일동은 전력정비 사업을 성실히 수행하여 전력의 안전공급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부족으로 인해 이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역할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다양한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직장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이제 우리는 노사가 책임있는 자세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우리 모두가 진정한 주인임을 자각하고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21세기를 향한 힘찬 도약의 의지를 새롭게 다짐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 주인이 되는 한마음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을 선언한다」 한전기공(한공) 노사가 공동으로 작성한 선언문이다. 지난 96년 초안이 작성되어 선포된지 벌써 3년째. 한공 전직원은 한마음 운동이 지향하고 있는 비전 2000을 향해 지난 3년간 한달음으로 달려왔다. 비전 2000은 최고를 지향하는 한공인, 국내 정상의 대우·경쟁력·기업이미지를 갖춘 회사다. 선언문과 비전 2000은 변화를 위한 한공의 몸부림이 일찍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공은 한국전력의 8개 자회사중의 하나. 정부 재투자기관인 공익기업으로 지난 77년 설립되어 전력설비 정비를 전담해온 플랜트 정비기술 전문회사로 자리를 굳혀오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공은 국내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자본금 60억원에 지난해 매출액이 4,011억원에 달하고 세후 당기순이익도 310억원에 이른다. 매년 순익이 누적되어 내부에 축적하고 있는 이익잉여금만 1,074억원. 이에따라 총자본은 납입자본금의 20배에 가까운 1,134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에서 민간기업도 이만한 경영성적을 가진 회사는 극히 드물다. 한공의 변신노력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누가보더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야할 기업이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모자람을 탓하고 자기비판을 가해온 것이다. ◇앞선 경영혁신= 기업경영을 잘해서 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준비를 많이 해서일까. 한공의 경영혁신 실적은 경영성적표만큼 우수하다. 한마음운동을 통해 21세기형 우량기업 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려온 한공은 정부의 공기업경영혁신 방침이 내려진 직후인 지난해 8월 민영화및 구조조정 대책반을 긴급 가동했다. 대책반은 민영화 추진팀과 구조조정 추진팀등 2개팀으로 구성됐다. 한공은 먼저 조직부터 손을 댔다. 2개본부와 2개처(실)을 없애고 8개 사업소를 축소했다. 정부 지침은 1개본부, 1개처(실), 4개 사업소를 줄이라는 것이었으나, 한공은 지침에 비해 정확하게 2배씩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 것이다. 조직축소에 이어 인력변동이 뛰따랐다. 지난 97년말 5,150명이었던 정원은 1년새 4,348명으로 줄었고, 현원은 4,760명에서 4,221명으로 539명이 감축됐다. 이중 과장급이상 간부직만 133명에 달한다. 단순직 여직원들만 정리해 놓고 경영혁신 실적으로 보고하는 일부 공기업들과는 내용의 충실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인력감축 규모면에서도 정부의 경영혁신 대상 공기업 45개중 한국전력,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에 이어 4번째다. 직원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아픔은 물론 컸다. 이원 사장의 말. 『직원들의 빈자리가 많아지면서 회사분위기가 침체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변해야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상처는 잘 치유될 수 있었습니다』 한공은 조직, 인력을 대폭 감축하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지난해 한해동안에만 총 예산의 12%에 해당하는 585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외국회사에 맡겼던 기술용역을 자체 수행하고 장비와 공기구는 국산품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해서 절감된 돈만 1,764만달러다. 개혁은 기업성적과 연결되기 마련. 지난해 당기순이익 310억원은 1년전인 97년의 208억원보다 무려 절반 가까이 늘어난 성적이다. ◇민영화작업도 1등= 李사장은 『한공은 민영화일정을 공기업중 가장 앞당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李사장의 공언은 한공의 구조조정이 민영화에 맞춰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한공은 오는 8월말까지 민영화를 마무리 지을 계획. 국내 전력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공은 민영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미리 점치고 있었다. 이같은 한공에 대해 외국기업들은 입질이 활발하다. 경영성적이 우수한 것이외에 한공이 세계 최대의 발전소 정비회사라는 점, 세계 유수회사의 발전설비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 외국기업들의 구미를 강하게 당기고 있다. 게다가 한공은 발전소 전기종에 대한 정비 노하우를 갖고 있다. 기술 수준도 높다. 지난 80년대부터 해외에 있는 발전소를 정비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인도 첸나이 내연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를 턴키 방식으로 수주하기도 했다. 한공은 조기 민영화에 대비해 2000년대 정비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올 상반기내로 작업빈도나 물량이 적은 특수직종 업무등 일부 사업은 아웃소싱(OUT-SOURCING)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한공은 빠르고 성공적인 민영화로 다른 공기업민영화에 모범이 될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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