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탄 승객은 해운조합 여객공제보험에 자동적으로 가입돼 원칙적으로 1인당 3억5,000만원 한도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망자 가족이나 생존자는 해운조합 약관이 부실하거나 모호해 여객공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위자료나 장례비 등 세부 내역부터 파악하기 어렵다. 여객공제와 계약한 것은 청해진해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해운조합은 승객에게 보험금 지급 사유와 범위를 알려줘야 할 의무도 없다.
보험금을 산정하는 절차도 승객에게 불리할 수 있다. 보험사 고객은 보험사 입장에 서지 않는 독립손해사정인을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공제는 이 같은 규정이 없다.
승객이 낸 운임으로 해운사가 공제에 가입했지만 청해진해운이 계약 주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승객의 보상 논의도 힘을 잃는 상황이다. 특히 해운조합 공제 약관에는 청해진해운의 과실이 명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규정이 있어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보험료를 낸 승객이 급하게 필요한 비용을 받지 못하면 보험금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약관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해운조합 공제에 대해 칸막이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제상품은 유사보험으로 불리지만 보험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금융당국의 감독권 밖에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운조합은 해양수산부 소관이고 우리는 민간 보험사의 보상만 논의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해운조합 공제를 부수 업무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운조합 공제를 상시 감독하지 않으며 해운조합법에 의해 운영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운조합법 및 시행규칙의 공제 관련 내용은 공제가입 자격 및 계약체결 절차 등을 공제 규정에 담을 것을 적시했을 뿐이다. 민간 보험사가 보험업법과 시행규칙 및 금감원의 감독세칙과 행정지도로 규제 받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크다. 그런 민간 보험사조차 금융상품 중 소비자 민원이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하면 공제상품은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의 고위 관계자조차 "해수부가 평소 지도감독을 통해 해운조합이 공제사업을 제대로 운영하는지 살펴봐야 하고 힘들다면 금융당국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희생자 유가족들이 해운조합이나 청해진해운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 소송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나 해운조합에 청구하기보다 국가를 상대로 청구하는 것이 희생자 입장에서 낫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