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퇴근 빠를수록 업무 효율성 쑥쑥"

LG그룹 전자등 3社 '업무 집중화制' 정착


아침 출근시간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는 일반 기업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 목격된다. 엘리베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LG맨들은 출근시간 교통 체증(?)을 합리적으로 피해가는 법을 터득했다. 한 줄 서기를 통해 오히려 엘리베이터 탑승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는 최근 LG의 달라진 기업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LG에서는 일의 집중도와 효율을 높이는 기업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이른바 ‘업무 집중화 제도’. 이를 위한 첫 단계로 LG전자ㆍ화학ㆍ생활건강 등 주력 계열사 3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 직원들의 퇴근시간을 종전보다 30분~1시간가량 앞당기도록 했다. 일찍 퇴근하는 대신 업무 시간에는 일을 집중적으로 하라는 주문이다. LG는 이렇게 해서 얻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과 재충전을 하도록 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취임 후 ‘업무 집중화 제도’의 일환으로 개인의 업무를 15분 단위로 분석, 시간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매달 수백장이 넘는 법인카드 사용 증빙 서류 제출 방법을 우편에서 e메일로 변경함으로써 50% 이상 시간을 절약한 것이 좋은 예다. LG화학도 보고서 작성을 간소화하고 겹치는 회의를 없애는 식으로 최대한 업무를 단순화시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퇴근’을 자신들이 제조하는 배터리 충전에 비유하며 “일찍 퇴근해서 충분히 충전해야 다음날 활기차게 근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LG생활건강이 지난 2005년 제일 먼저 시작한 데 이어 화학이 2006년, 전자가 지난해부터 따르고 있다. 업무 집중화 제도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LG가 최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3개사 임직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퇴근시간이 제도 시행 전보다 평균 30분 이상 빨라졌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4%가 최고 1시간까지, 12%가 1시간~1시간30분, 4%가 최고 2시간까지 조기 퇴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LG는 직원들의 퇴근시간 단축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턴 퇴근버스 출발시간을 종전 오후 7시20분에서 7시로 앞당겼다. 퇴근시간을 앞당긴 후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고 답한 임직원은 66%에 달했다. 이는 회사의 실적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 1년 사이 영업이익이 129%나 증가했고 LG생활건강도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05년보다 79.5% 늘어났다. 퇴근 후 여가시간 이용 방법으로는 응답자의 60%가 외국어 학습과 운동 등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밝혔고 10%가 영화 관람 등 문화 생활, 8%가 동호회 모임 참석 등 인맥관리라고 대답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근무시간에 업무효율을 높임에 따라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늘어난 여가는 자기계발에 투자하게 된다”며 “이것이 결국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업무에 반영되는 선순환의 기업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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