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달러 약세ㆍ수출 외끌이 복합작용

[환율 급락 4년만에 최저]<br>엔ㆍ달러환율 106엔대 하락…원貨 직격탄<br>외환당국 시장개입 자제도 하락 부추겨<br>"연말께 1,120원대까지 떨어질것" 전망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원화가치는 상승)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의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은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에 따른 것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경제를 외끌이하는 수출마저 가라앉게 할 우려를 낳고 있다. 환율하락은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뜻으로 경제가 어려우면 환율이 오르는 것(원화가치 하락)이 경제원리에 합당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심각한 내수위축에 시달리고 있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 이처럼 환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미국 달러약세라는 대외요인을 가장 먼저 꼽았다. 미국의 쌍둥이(재정ㆍ무역) 적자가 확대되고 있고 유가급등으로 미국경제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5일 달러 대비 엔화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06엔대로 하락, 원ㆍ달러 환율 급락의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종수 외환은행 차장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 엔ㆍ달러 추이”라며 “통상 원화는 엔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엔ㆍ달러 환율 급락이 원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올해 누적수출이 2,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수출 역시 환율을 떨어뜨린 또 하나의 원인이다. 강삼모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움직임에는 무역수지, 외국인자금 증시유입 등 단기요인과 경제 펀더멘털 등 중장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중장기 요인인 경제 펀더멘털은 안 좋지만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라는 단기요인이 워낙 크게 부각되고 있어 경기침체에도 불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넘쳐나 원화 값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수출호황으로 인해 대미 흑자폭이 커지면서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올들어 7월까지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79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흑자(94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또 최근 대규모 환율방어 비용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 역시 환율 하락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들어 환율방어를 위해 올해 국가예산의 3%에 해당하는 약 3조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방어가 수출증대에 미친 영향은 불분명한 반면 국내 물가상승을 부추겨 내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정계와 학계에서 제기돼왔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무리하게 파생상품에까지 손을 대 1조8,000억원을 날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의 움직임은 더욱 신중해졌다. 그러나 환율하락은 경제에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는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원화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한국돈의 구매력을 높이기 때문에 수입업체에 이익이 되고, 수입물가를 하락시켜 통화당국이 저금리를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형성한다. 아울러 해외채무가 많은 기업에는 대외 지급비용을 낮추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차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향후 전망이 좋지 않아 내림폭이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환율하락(원화절상)이 대세인 만큼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쯤 달러당 1,120원대까지 떨어져 바닥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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