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3·끝>노사 합심하면 '산이 움직인다'

노사관계 안정땐 글로벌 경쟁력'저절로' <br>노조 '경쟁력확보 먼저' 인식전환 필요<br>사측은 열린경영으로 신뢰회복 힘써야<br>하이닉스등 속속 임금교섭위임 '청신호'


지난 1990년 4월. 현대중공업 노조원 120여명은 파업사태를 진압하려는 공권력에 맞서 어둠을 틈타 82미터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가 무려 13일간 점거농성을 벌였다. 한국 선박 수출의 심장부를 장악한 ‘골리앗 투쟁’은 아직까지도 노동운동 역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강경투쟁 사건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한동안 ‘붉은 머리띠와 조끼’로 상징되는 전투적 노조의 대표로 각인돼 왔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2005년 초.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요 고객인 미국의 엑손모빌사가 해상정유공장을 발주하자 “큰 공사를 맡겨줘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공사를 맡겨도 최고의 품질을 책임지겠다”는 위원장 명의의 감사편지를 보냈다. 현대중공업은 열심히 노력한 끝에 설비를 2개월 반이나 앞당겨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고 엑손모빌측은 대가로 100억원 상당의 사례금을 줬다. 거액의 사례금은 “노사분규 때문에 공사기간이 늦어지거나 품질이 부실해 질 수 있다”는 해외 거래처의 부정적 인식, 나아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외국의 우려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격세지감’이란 표현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이 같은 대변신은 노사가 서로 손을 맞잡았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해답은 ‘노조가 변하면 회사도 달라지고, 그 혜택은 결국 노조원들에게 돌아간다’는 평범한 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등기업’ 뒤엔 ‘노사 상생’= 지금 한국의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귀족노조의 일자리 장사와 이권개입 등이 판을 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경우처럼 노사가 힘을 합쳐 ‘일등기업’을 일궈내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때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다가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노조도 지난 3월 회사측에 임금교섭 전권을 위임했으며, 지난해 7월 대규모 파업을 벌였던 GS칼텍스 노조도 사측에 임금결정권을 맡겼다. 이밖에 대한항공과 동국제강, 유니온스틸 등 많은 대기업들이 속속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하는 등 상생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근로자의 고용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성과도 골고루 돌아가게 된다”며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이 모두 노사관계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생의 노사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경쟁에서 전혀 뒤쳐지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사가 뭉쳐야 경쟁력 ‘쑥쑥’=지금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치열한 ‘글로벌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 노조의 파업은 곧 글로벌 경쟁기업에게는 더 없이 좋은 ‘호재’가 된다. 세계시장에서 고객들은 잔인하리만큼 냉혹하다. 노사문제로 인해 한번 떠난 고객과 시장은 되찾기 어렵다. 최근 노사가 잇따라 임금협상 위임 등 상생경영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눈앞의 이익만 챙기겠다고 덤벼들면 정작 중장기적인 회사의 경쟁력인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노사관계 안정이야말로 회사의 경쟁력 향상과 함께 우리경제를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며, 이는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노사 상생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한 대기업의 노조 관계자는 “우리라고 노사간 갈등이나 이견이 없을 수 있겠냐”라며 “노사가 열린 경영을 통해 경영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협조를 구하면 언제든 뜻이 통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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