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즐겁다. 짜증나는 도로체증과 교통비며 선물ㆍ용돈으로 큰돈이 나가도 한가위를 맞은 기분은 둥근 보름달처럼 포근하고 넉넉하다. 가족을 만나기 때문이다. 가족은 경제의 근원이다. 소비하고 노동하는 경제주체인 가계가 건강할 때 나라도 건강해진다. 아직까지 경기 회복세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상황, 10가구 가운데 4가구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파산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화목한 가정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어려운 경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도 가정에서 나온다. 한국의 부모들이 목을 매는 아이의 성적 역시 가족 간 유대감과 가정의 화목 정도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가계는 양질의 노동을 제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해 다시금 가계의 소득증가로 선순환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은 이런 점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휴식과 단합의 기회임과 동시에 국민경제가 순항할 수 있는 중요한 자극제라고 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추정한 올 추석 연휴기간 이동인원 연 2,566만명이 가족의 소중함을 만끽할 수 있다면 우리 경제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성장 촉진제를 맞는 셈이 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사랑이 식거나 해체되는 가정 때문에 받은 상처는 노동력 격감, 복지예산 지출증가로 이어지며 국가적 손실로 직결된다. 건강한 가정을 위한 노력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이 국내총생산(GDP)를 대체하는 경제측정도구로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지표에는 사회안전망과 개인의 행복도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가정이 건강하고 화목하지 못하다면 외형적 경제성적이 좋아도 후진국으로 분류될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새로운 통계지표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달 중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경제의 선순환은 물론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가정은 더 이상 개개인에게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행복한 개인과 화목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정부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올해 추석은 이런 점에서 어느 때보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