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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업의 깃발을 걷어라] <1> 2007년 8월 울산과 도요타시
입력2007.08.28 18:03:04
수정
2007.08.28 18:03:04
울산선 "파업" 도요타선 "98% 공장가동"<br>현대차 '투쟁'때 도요타는 생산차질없이 전환배치<br>"싸구려 노사관계 청산못하면 싸구려 이미지 계속"
| ‘한일 간판기업의 대조적인 여름나기’ 현대차 노조가 27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위) 이에 반해 도요타 쓰쓰미공장의 근로자들은 신차를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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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기어코 올해만 벌써 3번째 파업깃발을 들어올렸다.
노사간 마찰과 분쟁, '파국을 향한 줄다리기'만 존재하는 듯 보이는 현대차 생산현장은 지켜보기조차 안타깝다.
빛 바랜 사진처럼 해마다 중첩돼 등장하는 현대차의 파업깃발은 어느새 지역주민이나 일부 시민들의 눈살을 받는 수준에서 벗어났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차 값에 또 파업비용이 들어가겠구나'라며 냉랭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어리석은 선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습관성 파업은 그만둬야 할 시점이다.
2007년 8월24일 울산 현대차 공장. 올해 임단협 제10차 노사협상을 가진 현대차 노조가 회사측의 일괄제시안을 거부하고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수용불가 이유를 들었다.
“올해만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하라”는 온건 노조원과 울산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졌지만 그뿐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쟁의절차를 진행해 오는 9월 초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로 전날인 2007년 8월23일.
일본 도요타시 도요타 쓰쓰미공장에선 근로자 수백명이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되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회사가 해당 임직원에게 전환배치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환배치가 진행되면 생산차질이 빚어질 법도 한데 공장 가동률을 표시하는 전광판에는 98%라는 숫자가 선명했다.
◇1류와 2류를 가르는 차이=현해탄을 사이에 놓고 지난 23~24일 이틀 사이에 펼쳐진 생산현장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차’와 ‘일본차’의 차이를 드러내는 단적인 풍경이다.
23일 찾은 쓰쓰미공장에는 색상부터 운전대 위치까지 제각기 다른 수십대의 차량들이 조립순서를 기다리며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져 있었다. 한 라인에서 동시에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이른바 ‘도요타식 혼류생산’의 생생한 현장이다.
요시이 치히로 홍보담당자는 “2개의 라인에서 프레미오ㆍ알리온ㆍ프리우스ㆍ캠리 등 총 7종의 차종이 각각의 옵션에 따라 생산되고 있다”며 “한 직원이 최소한 4가지 모델을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로선 대혼란이 발생할 법하지만 근로자들의 철저한 준비 덕택에 생산성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전환배치 문제는 현대차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
베르나와 클릭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 근로자들은 지난해부터 “특근과 잔업을 할 수 있게 일을 더 달라”며 최근에는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회사를 윽박지르고 있다. 베르나와 클릭의 판매가 부진해 일감이 적다 보니 하루 8시간씩 정상근무만 한다.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해 가계 수입이 쪼들릴 수 밖에 없다. 회사 측은 궁여지책으로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생산물량 중 절반가량(7만대)을 울산 1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번엔 아산공장 근로자들이 반발했다.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상식적인 해법은 바쁜 생산라인의 일감을 바쁘지 않은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 생산물량이 늘어 회사도 좋고 일감이 부족한 근로자도 수입이 늘어 좋다.
현대차 노조는 하지만 “숙련공이 부족해 품질이 떨어지고 노동환경이 열악해진다”며 여전히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인의식이 명차를 만든다=쓰쓰미공장 근로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근무시간이 끝난 후 학습시간을 갖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한명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가하는 게 전통으로 굳어져버렸다. 숙련된 사람이 선생을 맡고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학생으로 다양한 차종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자발적 모임이다. 물론 추가 수당은 한푼도 나오지 않는다.
모토야마 신이치로 도요타 아태본부 차장은 “노사가 모두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반면 현대차 생산현장에서 주인의식을 찾아보겠다는 접근은 포기하는 것이 빠르다.
이번 파업의 관건 가운데 하나인 임금인상폭 12만8,805원. 이 인상액은 단지 금속노조가 정한 지침에 획일적으로 따르는 것.
현대차 주변에선 “모든 것이 상급노조의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결과물”이라며 “현대차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의식이 있기는 한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에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거나 ‘신차 개발 및 해외공장 이전시 노조가 동의해야 한다’ 등을 요구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노조로부터 하나하나 승인을 받아야만 글로벌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 아예 무장해제를 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립적 노사관계로 골병이 들고 있는 사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한 글로벌 경쟁 회사들은 이미 따라잡기 힘든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현대차가 ‘싸구려 노사관계’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현대차의 싸구려 이미지가 100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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