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문제를 고민하던 김모(34ㆍ여)씨는 최근 직장에 사표를 냈다. 그동안 아이를 돌봐주던 친정어머니의 병환으로 더 이상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된 것. 김씨는 지금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오전시간에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제근무' 등 유연근로제가 정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모델을 적극 만들어 민간 부문에도 도입을 유도하고 법령을 개선하는 등 사회분위기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ㆍ여성가족부는 시간제근무 시범 시행을 위해 23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ㆍ부산광역시ㆍ경기도 등 20개 행정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2일 밝혔다. 정부는 이들 기관에서 오는 4~9월 시간제근무를 운영해 성과가 좋으면 올해 말께 전부처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간제근무란 공무원들이 개인 사정에 따라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줄이고 근무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제도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전일제 근무와 달리 본인의 필요에 따라 주당 15∼35시간 근무하고 그 시간에 비례해 보수를 받게 된다. 출산ㆍ육아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ㆍ맞벌이 공무원과 여가활용 등에 관심이 많은 신세대 공무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자 마련한 제도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시간제근무가 효과를 거두면 공무원들은 육아나 자기계발 등 다양한 개인의 수요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효율적ㆍ생산적 공직 문화의 조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제근무에 대한 관심은 최근 노동부가 실시한 단시간 상용 직업상담원 채용에서 2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미 확인됐다. 단시간 상용 직업상담원 역시 하루 5시간을 근무하며 정년(60세)을 보장 받고 전일제 직업상담원에 준하는 보수체계(전일제의 8분의5 지급)와 호봉체계(매년 호봉승급)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간제근무로 볼 수 있다. 협약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여성부는 현장사례 조사와 바람직한 시간제근무 모델을 발굴해 보급하며 총리실은 추진상황 등을 총괄, 점검한다. 시범 실시기관은 시간제근무에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공무원들의 시간제근무 전환을 지원하며 출산휴가나 각종 휴직에 따른 대체인력도 시간제근무자로 충원한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탄력근무제(출근시간 자율 조정), 선택적 근무시간제(1일 근무시간 자율 조정), 집약근무제(집약근무로 주 5일 미만 근무),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방안을 도입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이에 더해 남녀평등우수기업ㆍ가족친화인증기업 등에 우선적으로 시간제근무 적합직무를 발굴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을 유도하는 등 올해 50곳에 대한 시범 실시로 민간 부문의 유연근무제 확산을 이끌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