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현대-LG] 반도체 빅딜갈등 증폭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둘러싼 현대와 LG의 갈등이 해를 넘기면서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지난해 12월7일 정·재계 합의를 통해 12월24일까지 통합원칙을 매듭짓기로 했던 현대와 LG는 이미 합의시한을 넘긴 상태다. 4일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의 중재로 구조조정본부장 회동을 갖고 이견을 조율할 예정이지만 양측 모두 협상테이블에 나설 기본자세조차 아직 갖추지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날 회동에서 현대와 LG 양측은 현대를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선정한 아더 D 리틀(ADL)의 평가결과를 인정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중재에 나서는 전경련은 금융권의 출자전환이나 전략적 제휴등 ADL이 제시한 여러 통합방안들을 의제삼아 합의도출에 나설 전망. 그러나 「ADL의 결론을 따라야한다」는 현대측과 「아예 ADL의 평가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LG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있어 양측이 기존입장을 버린 채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논의의 출발점이 이처럼 다른만큼 최종결론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중재에 나선 전경련의 입장이 보통 난처한게 아니다. 아직까지 『현대와 LG 양측이 각자의 생각을 터놓고 얘기하면 그 가운데 접점을 모색하겠다』는게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을 비롯한 전경련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한 터라 전경련은 마냥 손을 놓고있을 수 없는 절박한 처지다. 전경련 일각에서 제3의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알려진 제3의 방안이란 「양사의 인위적 통합에 앞서 기술개발(R&D)분야를 우선 통합, 회사를 신설해 중복투자를 방지한 뒤 양사가 이미 투자한 256메가D램 생산이 완료되는 3∼4년후 현대전자 반도체부문과 LG반도체의 통합을 추진하자」는 것.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3일 『R&D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향후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를 선정하는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고 ADL 평가결과의 백지화를 조건으로 내걸고있다. 아직 근본적인 입장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현대는 더 강경하다. 구랍 31일 박세용 현대상사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우선 ADL의 결정을 LG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략적 제휴나 지분율조정, 보상빅딜등 어떤 종류의 양보안도 생각해본 일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아직은 양측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른 시일안에 극적인 타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현대와 LG가 마냥 버티기를 고집, 5대그룹 총수들과 金대통령이 연대서명한 정·재계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이르면 극적인 타결가능성이 더 크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어쨌든 합의불이행의 당사자로 지목돼 금융제재를 받고있는 LG의 처지가 더 다급해보인다. 【손동영 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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