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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논의가 사실상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소위 정규직 과보호 완화론으로 대표되는 '노동유연화'에 대한 양보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동계는 기득권을 위해, 정부는 전략 실패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 기회를 잃었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5대 수용 불가 조항을 강조했지만 마지막까지도 노사정 대화에서 핵심 쟁점이 된 것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였다. 정부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끝까지 이 부분을 놓지 못했고 노동계도 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량 해고 사태로 악용될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특히 노동계는 유연성 확대로 경직된 시장을 해소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고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며 기득권 지키기에 몰입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8일 "정부가 실질적인 효력을 나타내기 쉽지 않은 해고요건 완화에 맹목적으로 매달림으로써 일부 진전된 합의 사안까지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결국 통상임금,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등 3대 현안 중심으로 합의 도출을 시도한 뒤 추가 여지를 남길 수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일괄 타협을 시도함으로써 혼란만 부추기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임금체계 개편, 정년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은 상당 폭 이견을 좁혔고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의 경우 정부가 추후 과제로 돌리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절충점을 찾았지만 끝내 일반 해고요건 완화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정부는 노동계에 끌려다니며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먼저 공개해 협상의 패까지 미리 보여주는 취약한 전략을 드러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 과보호론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핵심 이슈를 먼저 던지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수습하는 식의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선책으로 정부 주도로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노사정위의 틀이 깨진 상황에서 관련 법의 국회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이 아닌 만큼 이번주까지 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장 개별 기업들의 임금 단체협상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혼란만 부추기게 됐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년 60세가 시행되는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기업들의 소송전도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노사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인사 관리상 불확실성의 증대로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뽑을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경직된 노동시장과 고착화된 저성장 구조 속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청년실업 문제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결렬을 계기로 한국노총의 경우 금속노련ㆍ화학노련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여 노사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화 테이블 밖에서 투쟁을 벌여왔던 민주노총은 오는 24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이미 투쟁 수위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