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별노조 전환에 재계 '비상등' 켜졌다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내수 부진에다 이번엔 노사문제까지...' 국내 최대의 단일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30일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함에 따라 그동안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 노조의 규모와 상징성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여타 국내 산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내수 침체로 인한판매 부진, 수익성 악화 등의 산적한 악재로 신음해온 기업들에게 '설상가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영계와 경제단체들은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으로 향후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입김이 더욱 강해지고 파업이 잦아지면서 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일제히 우려감을 표명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산별노조의 장점보다는 무분별한 파업의 가능성이 커지고 중앙단위와 개별사업장에서 이중, 삼중의 교섭비용 부담이 발생하는등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노사간 협상과정에서 노조가 강력한 교섭력을 토대로 사측을 무리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노사간 협상대상 이외의 사안들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하는 등의 사태가 빈발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산별노조로 전환되면 단체교섭과 파업 등의 단체행동이 모두 중앙의 책임과 지침에 따라 이뤄져 기업별 노조보다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다. 노동계는 산별노조 전환으로 조합원들의 결집력이 높아지면서 사용자와 정부에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산별노조로는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산하의 금융노조 등이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287건의 노사분규 중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111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고 보건의료노조까지 합하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노사분규에 미치는 산별노조의 영향력을 드러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회장 구속 이후 해외사업 차질이나 국내외판매 부진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산별노조 전환으로 향후 노사분규가늘어나면 생산과 판매 차질로 인한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특히 노조의 이번 결정으로 현재 진행중인 파업에 이어 7월4일부터 재개될 임금협상에서 사측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 지 우려했다. 재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큰 국내 노동현실이 산별노조의 체제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산별노조는 공동 교섭을 통해 사회 양극화로 소외받는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근로자들의 권익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이들과 대기업 노조의 격차가크게 벌어진 상황이어서 얼마나 실효가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노조의 정치적 성향이 강한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노조가 사측과의교섭대상이 아닌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이슈로 삼아 사측을 압박하고 파업을 벌인다면 경영계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대응책도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동응 전무는 "산별 노조 전환 여부는 각 기업 노조의 자율적인 선택이지만 이는 일자리 대신 투쟁을 선택하는 결과로 볼 수 밖에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산별 노조로 전환하면 일반적으로 투쟁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면서"그 경우 이중, 삼중의 교섭과 비생산적인 파업 반복, 사업장 밖 투쟁 동원 등으로산업현장의 피해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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