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공항에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인천에서 10시간여를 날아 두바이에 닿은 시간은 새벽3시10분. 그 시간에도 공항 라운지와 면세점은 출입국자 및 쇼핑객들도 북적인다. 활력은 시내 모습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다양한 구조의 고층빌딩, 잘 닦여진 도로에 가득찬 자동차와 교통 체증 등은 뉴욕이나 홍콩을 연상하게 한다. ‘석유 덕분에 잘 살기는 하지만 느슨하고 미래의 비전도 밝지 못한 곳.’ 두바이는 중동 국가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명확한 국가 미래 비전과 이를 밀고 가는 추진력이다. 두바이의 발전 전략은 관광ㆍ무역ㆍ금융 허브화. 머지않아 닥칠 석유 고갈에 대비한 것이다. 이런 탈(脫)석유화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두바이 경제의 석유 비중은 4%로 떨어졌다. 그래도 부동산 개발, 관광산업 등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래 전략을 향한 그들의 발상과 추진력은 대단하다. 허브가 되려면 사람ㆍ기업ㆍ돈과 물자가 몰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건과 환경, 즉 인프라 구축이 필수 조건인데 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을 보자. 두바이는 바다 외에는 유적 등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없어 ‘보는 관광’으로는 사람을 끌 수가 없다. 그래서 휴양ㆍ레저ㆍ쇼핑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 사례가 인공섬 ‘팜 아일랜드’프로젝트다. 바다에 야자수를 본뜬 섬 3개, 그리고 세계지도 모형의 작은 섬 300개를 조성하는 것으로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이게 모두 완공되면 해변의 길이는 74㎞에서 무려 1,500㎞로 늘어난다. 바다를 낀 아파트ㆍ별장 등 휴양지를 그만큼 많이 만들어 세계의 부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또 시내가 온통 공사장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곳곳에 고급 아파트와 호텔, 쇼핑몰 건설이 한창이다. 명품점의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IT)과 금융에서 원예에 이르기까지 산업별 특화 경제자유구역 17개를 조성해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허브 전략의 치밀성은 운송 분야에서도 잘 나타난다. 에미리트항공은 최신형 항공기 40대를 새로 도입하는 기종 교체를 서두르고있다. 승무원 구성도 다국적이다. 한국인이 300여명이나 되며 유럽ㆍ동남아ㆍ미주 등 세계 각국 인력이 포진해 있다. 편안한 서비스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인프라 구축과 개발 붐에 따라 오일머니는 물론이고 유럽 등 각국의 자금과 사람이 밀려오고 있다.
세계 최초ㆍ최고ㆍ최대를 내세워 일견 유치해 보이지만 세계의 이목을 끄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는 마케팅 전략도 눈길을 끈다. 당초 높이 705m로 세계 최고층 건물로 계획된 ‘버즈두바이’는 얼마 전부터 높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높은 건물이 계획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여차하면 그보다 더 높이 짓기 위해 정확한 높이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높이 경쟁은 또 한 차례 세계적 화제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총상금 2,000만달러, 우승상금 1,000만달러짜리 골프대회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해 벌어들인 상금이 모두 1,062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회 규모가 쉽게 짐작된다. 세계 최고 골퍼들이 앞다퉈 참가해 뉴스거리가 될 것이고 덩달아 두바이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별 7개짜리 호텔, 사막 실내 스키장 등도 같은 맥락이다.
두바이 국가 발전 전략의 주역은 세이크 모하메드 국왕이다. 왕세자 시절인 지난 90년대부터 팜 아일랜드 계획 등 미래 비전 구상과 실행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하니 그의 혜안과 리더십이 돋보인다. 두바이는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물론 토지제도, 이해집단간 갈등 등 양국 사정에 차이가 있다. 또 현재 개발 붐에 대해 거품론이라는 지적에서 보듯 허브 전략의 최종 성공 여부도 확신하기 이르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가는 실천력과 리더십만큼은 충분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