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 '한국경제 조로증' 주장

'한국경제가 조로증(早老症)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한국경제의 조로화를 나타내는 7가지 현상'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경제체질이 허약해지면서 곳곳에서 조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황은 짧아지고 불황은 길어졌으며, 경제성장률은 세계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잠재성장률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또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와 세계일류상품 수가감소하고 증시에는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하지 않는 것 등이 모두 한국경제의 조로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런 조로화 현상을 조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구조의 고착화,국가경쟁력 상실로 인한 넛크래커 현상의 심화 등으로 선진국 진입이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전경련이 한국경제의 조로증으로 진단한 7가지 현상. ◆호황은 짧아지고 불황은 길어졌다= 최근 우리경제의 경기확장기는 24개월로과거에 비해 10개월 가량 짧아진 반면 경기수축기는 35개월로 과거보다 16개월이나길어졌다. 또 최근에는 내수부진이 심화되면서 역사상 세 번째의 더블딥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오일쇼크가 원인이 된 과거 1, 2차 더블딥 때는 사태가 진정된뒤 정상적인 경기확장국면에 재진입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소비, 투자, 수출이 과거와 같은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제구조적 왜곡이 원인이라는 점에서 '저성장의 장기화'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세계 평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우리경제는 올해 4%성장에 그치며 세계평균(5%)을 밑돌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되면 지난 72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회하게 된다. 국내경제 성장률이 세계평균을밑돈 것은 72년 이후 올해를 포함해 총 5차례에 달하나 올해처럼 2년 연속 밑돈 적은 아직 없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우리경제의 성장률(4.0%)이 세계경제성장률(4.3%)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3년 연속 세계 성장률을 하회할가능성이 높다. ◆취업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최근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함께 기업들의 신규고용 기피로 취업구조가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취업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제조업의 생산주축이 93년 30대에서 10년만에 40대로 전환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근로자 평균연령은 36.3세에서 2020년에는 40.1세로 높아져 세계 최고령국가인일본(2002년 현재 40.7세)에 육박하게 될 전망이다. ◆통화유통속도가 감소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투자 및 가계소비를위한 자금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중유동성의 흐름이 차단당하고 있다. 자금흐름을 나타내는 통화유통속도는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1.10에서 2003년에는 0.81로 둔화됐으며 이로인해 시중의 초과유동성은 4.3%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떨어졌다. 통화유통속도의 지속적인 하락은 중소기업 등의 산업활동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답보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심리가 과도하게위축되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은 한 자릿대로 추락하고 투자총액은 외환위기 직전보다감소했다. 설비투자증가율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90-96년)에는 연평균 10.7%에 달했으나 이후(97-2003년)에는 2.2%로 크게 둔화됐다. 설비투자 총액은 96년 77조8천억원에서 2003년에는 71조4천억원으로 6조4천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가 침체되면서 생산능력의 총량지표인 잠재성장률은 6.8%(91-95년)에서 4.6%(2003-2007년)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세계일류상품수가 10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일류상품(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94년 이후 10년간 35.4% 감소하여 2003년 현재 53개에 불과하다. 이는 94년 383개에서 2001년 753개로 급증한 중국의 14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에 776개에서 954개로 증가했으며 일본은 98년 303개에서2001년 318개로 역시 증가추세에 있다. 주요 경쟁국에 비해 일류상품수가 적고 그나마도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제조기술력,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추세대로라면 미.중.일간의 '넛크래커' 현상은 더욱 심화돼 중저가 제품은 물론 반도체, TFT-LCD,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 주력품목의 경쟁력 상실도 우려된다. ◆주식시장에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하지 않고있다= 10월 현재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을 12개 업종별 1순위 업체로 분류한 결과 12개 주요 업종 중 화학(LG화학)과 건설(삼성물산)을 제외한 10개 업종은 95년말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블루칩 기업들의 나이도 평균 43.8세에달해 우리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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