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지저분한 애널리스트들

돈을 번다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며 멋진 일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라. 졸업 후 거대한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가 되어라. 몇몇 종목에 '매수' 추천을 하라. 텔레비전의 증권 채널에 출연해 당신의 분석 결과를 설명하라. 당신이 추천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보너스를 챙겨라.추천한 회사가 당신의 투자은행 고객이라면 더 많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내 주가는 상승을 멈춘다. 당신의 조언이 터무니없이 낙관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설상가상으로 당신의 말을 따랐던 투자자들은 당신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당신과 당신 동료들이 추천했던 많은 내용들이 당신들 은행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들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투자자들은 당신 동료들이 '매수' 추천을 한 종목들을 정작 자신들은 암암리에 팔아치웠다는 것을 알고 경악할 것이다. 마침내 당국의 조사가 시작된다.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위 이야기는 21세기 초를 맞는 주식시장 애널리스트들의 현재 모습을 그린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동정을 받을 가치도 없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단지 그들 자신 행동의 결과일 뿐이다. 미국증권업협회(SIA)는 협회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뒤늦게 자발적인 가이드라인(윤리강령)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애널리스트들은 ▦명확하고 일관된 자문을 해야 한다 ▦'매수'추천 뿐 아니라 '매도' 추천도 해야 한다 ▦보수는 그들의 은행과 이해관계에 있는 거래와 연관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주식을 보유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애널리스트 자신의 투자행태와 고객에게 추천한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등이다. 윤리강령의 내용은 그럴듯하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미 14개의 거대 투자은행들이 이 윤리강령을 지지했다. 의회는 강제성을 띤 법적 규제가 더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대답은 "아니오"다. 애널리스트들의 행동은 기나긴 강세장(bull market)의 산물이었을 뿐, 원인은 아니었다. 조사 기간동안 극도로 흥분한 투자자들도 자신들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결국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 자신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을 굳이 살 필요는 없었다. 투자자들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케이블 TV의 홈쇼핑 채널에서 구입한 플라스틱 반지가 TV에서 선전한 대로 '놀랄 만큼 아름답지' 않다면 화가 날 수는 있다. 그러나 홈쇼핑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는 이 플라스틱 반지를 금으로 만들었다는 등 허위광고를 했을 때 뿐이다. 같은 원칙이 주식 거래에도 적용돼야 한다. 내부자 정보를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의도적으로 터무니없는 투자 추천을 하지 않는 한, 애널리스트들은 문제가 되는 조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단지 그들의 명성에 금이 갈 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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