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그림자 살인' 캐릭터 신선하지만 짜임새가 왠지…

[리뷰] 추격·액션신 볼 만… 범인 쫓는 스릴 부족


영화 '그림자 살인'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한국형 탐정극이다. 황정민이 장난기와 능청이 넘치는 유쾌한 탐정의 옷을 입고 관객의 구미를 자극한다. 군관 출신의 탐정 홍진호(황정민)는 바람난 부인들의 외도 현장 사진을 찍고 떼인 돈도 받아 주며 먹고 사는 인물. 열혈 의학도 광수(류덕환)가 내무대신 아들의 시체를 우연히 주워 해부를 하게 되고 범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해 홍진호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한다. 여기에 홍진호가 젊은 시절 모셨던 양반가 부인이자 숨은 발명가인 순덕(엄지원)이 가세할 무렵 경무국장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영화는 극 초반 일본 강점기 경성의 모습을 세련되고 촘촘한 미장센으로 관객의 눈을 자극하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박진감에 버금가는 인력거 추격신과 지붕 액션신을 선보여 재미를 더한다. 특히 연기파 배우 황정민이 입은 능청스러운 탐정 캐릭터라는 옷과 극 중 비중은 작지만 엄지원이 연기한 발명을 즐기는 양반가 부인 순덕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극의 재미는 갑자기 존재를 드러낸 범인으로 인해 급격히 반감된다. 범죄 사건의 맥락을 한 가지씩 파헤쳐 가며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물 고유의 스릴감을 느끼기엔 제작진이 제시한 씨실과 날실의 짜임이 너무 헐겁다. 경쾌하고 발랄한 액션 활극과 캐릭터 소개로 흥미를 자아낸 영화는 음울한 마약굴과 소아성애 등을 사건의 중심에 끌어 들이면서 극 흐름에 균열을 일으킨다. 사건을 해결하고 돈 버는 것에만 관심 있던 홍진호가 도덕심에 불타는 단죄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제 강점기 인간 말종의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들을 단죄하는 탐정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반대로 유들유들한 탐정과 오달수를 비롯한 조연들이 주는 웃음과 유쾌한 액션 활극 쪽에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영화의 전체 흐름을 통일했다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탄생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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