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서울시의 오락가락 주택 행정

개발과 보전을 형량(衡量)하는 일은 선진국이 될수록 더욱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빠르게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때는 개발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이 이뤄지고 난 다음에는 보전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다. 효율중심 관점에서 추구해 온 무분별한 개발의 후유증이 어느 순간 비인간적이고 반환경적인 문제들을 낳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정책도 그렇다. 지난 10년간 서울시는 개발일변도의 주택공급 정책을 추구해 왔다. 기존에 있던 재개발 계획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한다며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각종'뉴타운 특별법'과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 뉴타운이 시범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2차로 미아ㆍ아현ㆍ영등포ㆍ신정ㆍ돈의문ㆍ전농ㆍ방화ㆍ천호ㆍ가재울ㆍ노량진ㆍ한남ㆍ중화가, 이후 교남·한남·가좌·북아현·장위ㆍ상계·시흥·신길ㆍ신림ㆍ흑석 등이 뉴타운으로 지정돼 3차까지 모두 26곳이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각 구청 별로 10개 안팎의 재정비촉진지구가 따로 추가됐다. 그러나 이런 무분별한 개발 정책은 갈 곳 없는 도시 유민(流民)을 양산했고 급기야는 용산참사 같은 대규모 유혈 사태까지 낳았다. 여기에 수만 채의 멀쩡한 집들이 사라지면서 최근 심각한 전세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보이는 것이 흉하다며 괜한 집들을 싹쓸이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세우는 것이 과연'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을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양립할 수 없는 개발과 디자인 정책을 병행하느라 서울시 공무원들은 뻔질나게 유럽의 도시들을 돌아 다니지만 그들이 보고 온 것은 결국 전통과 문화의 보전 없이는 디자인 정책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소회(所懷)일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이 같은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했는지 은근슬쩍 방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뉴타운 추가 지정을 하지 않고 뉴타운 내 개발이 시급하지 않은 존치 지역을 휴먼타운으로 조성하는 등 획일적인 철거 후 재개발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서울 전역을 공사판으로 만들어 온'개발 드라이브'정책에 대한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예산과 인력 낭비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 그리고 이를 주도해 온 관료들이 또다시 보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서울시는 정녕 주택정책에 대한 '철학'이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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