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간판 기업인 포스코가 중견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울산에 진출, 현대의 아성으로 인식되는 울산 경제계에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대기업의 속속 울산에 진출하고 있다.
24일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 ICT는 최근 울산 지역 향토기업인 삼창기업 인수를 공식화하고 있다. 포스코 ICT는 최근 이사회에서 삼창기업 인수를 공식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ICT는 이 달 초 삼창기업과 인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현재 정밀 실사 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실상 인수가 기정 사실화되는 상황이다.
삼창기업은 국내 원자력제어계측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국내 원전 가운데 약 70% 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4~5년간 매출액이 1,500~1,600억원 대를 기록하는 등 지역의 대표적인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포스코는 이에 앞서 지난해 울산지역 대표 중견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열교환기부문 글로벌 톱 기업인 성진지오텍의 포스코 인수로 양측 모두 철강분야에서의 시너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은 지난 2008년~2010년까지는 매출액이 3,000억~5,000억원 가량이었으나 포스코 인수를 계기로 올해는 6,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10년에는 매출 1조원 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의 울산진출도 눈에 띠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열교환기와 산업용 보일러를 주로 생산하는 대경기계기술 인수에 본격 착수했다. 대경기계는 울주군 온산읍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2,005억원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대경기계 인수를 위해 최근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율 67.6%)인 국민연금 기업 지배구조 펀드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미 5년 전 선박부품기업인 신한기계를 인수, 울산에 첫 진출한 대우조선해양은 매출 2,000억원이 넘는 대경기계 인수를 통해 현대의 아성인 울산에서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할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후성그룹이 올해 초 지역 화공기기 전문 제작사인 한텍을, 지난해에는 GS글로벌이 화공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디케이티를 각각 인수하기도 했다.
이들 울산지역 기업들은 플랜트, 기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들 기업 인수를 통해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전세계 플랜트, 기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울산진출에 대해 지역 경제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알짜 배기 지역 중소기업을 외지의 대기업에 인수된다면 지역 경제계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마트 진출로 지역 중소 상인들이 몰락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통한 시장 확대, 경쟁구도의 다양화, 세계 시장 진출 기회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포스코의 울산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지역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의 울산 진출은 현대와 SK가 양분하고 있는 지역 기업구도가 다양해지는 이점이 있다"며 "특히 상생과 소통경영을 강조하는 포스코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들과의 다양한 상생을 통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