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저한 준비·기동성 바탕 韓中 인수

[구조조정 성공학] 3. 두산그룹(하)"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70년대 세계 프로복싱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무하마드 알리가 즐겨 쓰던 말이다. 그는 헤비급 선수답지 않은 경쾌한 발놀림과 스피디한 잽을 주무기로 육중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통쾌한 승리를 이끌어 내곤 했다. 지난해 12월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사업구조를 틀고있는 두산이 지난 몇 달간 보여준 것은 알리의 모습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10월 한중 입찰공고가 나가자 느긋하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11월 입찰신청서를 냈다. 경쟁자는 아스팔트 플랜트 업체인 스페코. 1년을 준비해온 두산의 적수는 안됐다. 12월 12일 두산은 산업은행과 한전 지분 36%를 3,057억원(주당 8,150원)에 사들이는데 성공했다. 외환은행 지분 15.7%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받아 실질적인 주인이 됐다. 낙찰후 3개월 이내에 완납하도록 한 대금 납입에서도 두산은 여유를 보였다. 기한에 앞서 2월 15일 전액을 납입한 것. 자금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육중한 문을 여는데도 두산 특유의 스피드가 힘을 발휘했다. 두산은 지난 1월 박용곤 명예회장의 2남 박지원씨를 중심으로 한 11명의 임직원들로 짜여진 한중 인수반을 파견, 생산ㆍ관리ㆍ재무 등 회사 업무전반을 장악했다. 이어 조직을 개편하고 즉각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 3개월 동안 약 20%의 인력을 줄였다. 72명의 임원중 24명을 보직 해임했고 1,200여명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 중 350여명을 명예 퇴직시켰다. 또 700여명의 일반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시켰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23일 윤영석 사장 등 최고경영진을 재선임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식품ㆍ음료 등 소비재에 치중해 온 두산으로서는 중후장대한 플랜트 사업 경영에는 경험이 많은 업계의 중진인사를 기용하는게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 역시 상대방이 지쳐 보여도 서두르지 않는 알리특유의 모습을 닮았다. 두중은 발전설비와 담수화 설비를 핵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펴고있다. 두산중은 자산 총액 3조5,600억원으로 두산그룹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수익기반만 정비되면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자리잡게 된다. 두산중의 인수는 수년간 감량으로 체력을 다져온 두산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보상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1년도 채안되는 기간동안 두산이 보여준 준비와 기동성, 스피디한 의사결정은 구조조정 성공학의 모델"이라며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긴 종업원들의 긴장감만 잘 해소한다면 또 한번의 도약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고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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