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공인인증서


우리나라에서 집을 팔거나 살 때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집이 내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감증명이다. 온라인에서 금융거래를 할 때도 인감이 필요하다. 공인인증서가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으로 은행에서 돈을 이체하려 해도, 주식을 거래할 때도, 약간 값나가는 상품을 구입하려 해도 공인인증서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히 사이버 금융보안의 절대반지다.


△1999년 7월 전자서명법이 발효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모든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실히 담보해주는 난공불락의 성으로 인식됐다. 법으로 의무 사용을 강제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정부가 보장한 만큼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했을 터이다. 이를 기반으로 공인인증서는 인터넷뱅킹과 증권거래, 30만원 이상의 전자상거래로 그 범위를 넓혔다. 2013년 1월 현재 발급건수가 무려 2,898만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3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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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에 대한 문제 제기는 독점의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인증수단 독점은 민간개발 기술을 현실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제외한 다른 웹브라우저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사용자 편의성 제한의 문제로 불거졌고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인터넷의 기본 전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잇따라 터진 공인인증서 유출 사태도 반대 목소리를 키우는 확성기 역할을 했다. 그 사이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정부의 논리는 점차 힘이 약해졌다.

△민주당의 최재천, 이종걸 의원이 최근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강제하지 말고 이용자의 선택에 맡기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아무도 넘볼 수 없었던 인증수단의 절대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결과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고 있고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14년간 지속된 인증시장의 독점 빗장이 이번에는 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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