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불평한다. 왜 허구헌날 똑 같은 뻔한 이야기만 하냐고. 방송사는 대답한다. 우려먹어도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세상 천지에 새로운 게 없다는 건 자명한 이치. 뻔한 줄거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거야 말로 모든 대중예술이 추구하는 사명이다. 영화 ‘드리머’가 딱 그렇다. ‘11살 소녀가 만드는 위대한 감동실화’라는 진부하기까지 한 광고 카피에 영화의 모든 내용이 녹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기와 절망을 불굴의 의지로 딛고 일어선다는 성공스토리. 영화는 그 흔하디 흔한 이야기를 제법 매끄럽게 풀어내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향해 무리없이 달려간다. 현실에선 눈 씻고 둘러봐도 찾기 힘든 이야기지만, 반대로 누구나 꿈꾸기에 관객들은 뻔한 스토리에 감동한다. 한 때는 잘 나갔던 크레인 목장. 그러나 이젠 명맥만을 유지하며 주인 벤(커트 러셀)은 남의 목장 사육사로 일한다. 그나마 한 마리 남은 명마 ‘소냐도르’는 경주 도중 다리가 부러치는 치명적 부상을 당한다. 11살 난 벤의 딸 케일(다코타 패닝)의 극진한 간호로 소냐도르는 기적적으로 재기한다. 아버지로부터 소냐도르를 물려받은 케일은 모든 경주마들의 꿈의 대회인 ‘브리더스 컵’에 소냐도르를 출전시킨다. 진부하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이야기. 다 망한 명문가가 지푸라기 잡는 희망으로 마지막 희망을 걸어 결국 벌떡 일어선다는 성공담. 처음 10분만 봐도 2시간 전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에 “왜 내용이 뻔하냐”고 물어보는 것 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다. 영화의 미덕은 바로 그 뻔한 이야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화도 없던 가족들이 희망 앞에 하나가 되고,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한 땀 한 땀 일궈가는 감동적 이야기에 관객들은 누구나 박수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 눈길이 가는 건 단연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의 연기. ‘아이 앰 샘’에서의 깜찍한 모습을 기대했다면 어느 새 11살로 ‘훌쩍’ 커 버린 배우의 모습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역 배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펼치는 완벽한 연기에선 그녀의 성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기대하게 만든다.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는 ‘환상’을 믿는 이들에겐 희열을 안겨줄 무난한 가족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