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사 넘치는 돈 운용 골머리

은행 이어 저축銀도 수신 금리 줄인하 보험권은 BBB급 회사채 투자도 검토<br>시중자금 대거 몰리고 있지만 금융권도 마땅한 투자처 없어<br>대기업 대규모 자금 이미 조달, 기업대출 늘리기도 별무 성과

금융회사들이 넘치는 돈을 운용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량 저축은행들은 더욱 심해 대표적 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동부저축은행의 경우 고객들이 창구에 줄지어 들어서면서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450억원의 예금이 유입됐다. 동부는 결국 4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4.9%에서 4.6%로 0.3%포인트나 낮추기로 했다. /이호재기자



시중유동자금은 넘쳐나는 데 마땅히 돈 굴릴 곳이 없어 금융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시장침체는 장기화되고 주가는 급락해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금융권으로 대거 몰리고 있지만 금융회사들도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줄지어 낮추는 데 이어 최근에는 장기투자를 고집했던 보험업계마저 투기등급에 가까운 회사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장기투자의 대명사로 그동안 A등급 이상의 국고채나 회사채에만 투자했던 보험업계가 투기등급에 가까운 BBB+ 이하의 회사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국고채나 높은 신용등급의 회사채는 돈을 떼일 염려는 적지만 금리가 워낙 낮아 이윤이 적은데다 최근에는 물량마저 줄어 투자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 수익률이 워낙 낮아 이제는 BBB+ 등급 회사채도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은 넘쳐나는 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의 투자 담당 임원은 "AA와 A등급 회사채 투자비중이 AAA등급 회사채를 넘어선 지 오래"라며 "시중에서 A등급 이상의 회사채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은 등급의 회사채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장기 국고채의 금리가 단기채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하락했다. 지난 1월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년물보다 1.21%포인트 높았지만 9월에는 불과 0.23% 높아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장기 국고채 투자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회사채 역시 안정성이 높은 등급의 금리는 하향세다. AA+ 등급인 GS칼텍스는 1월28일 2,0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가 4.72%였지만 지난달 26일 발행한 2,500억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4.14%로 무려 0.58%포인트나 하락했다. 시중자금이 넘쳐나면서 회사채 금리가 내려간 것이다. 이정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고채나 우량 회사채의 경우 연초에 비해 채권금리가 크게 내려갔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며 "절대적 금리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막힌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수요가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올 상반기에 대규모 자금을 이미 조달한데다 중소기업들은 너무 리스크가 커 쉽사리 대출을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대기업 여신담당 부행장은 "대기업은 아무리 쫓아가서 대출영업을 해도 돈을 빌려가지 않는다"며 "은행보다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에 이어 예금금리를 대폭 낮춰 수신을 줄이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4%대, 6개월 만기는 연 3%대로 낮췄다. 동부저축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4일부터 기존 연 4.9%에서 4.6%로 무려 0.3%포인트나 인하할 방침이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가지 못한 돈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머물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없다 보니 아예 예금금리를 낮춰 수신을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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