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묘년에 거는 기대

용왕이 몹쓸 병에 걸렸다. 유일한 약은 토끼의 간밖에 없다. 자라의 꾐에 속은 토끼는 용궁으로 들어가 위기에 빠진다. 그 때 토끼의 기지가 발휘된다. 평소 자기의 간을 노리는 자가 많아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놨다며 자라와 함께 다시 뭍으로 나온다. 다시 땅을 밟은 토끼는 자라를 조롱하며 숲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우리나라 고대소설 가운데 하나인 '별주부전'의 이야기는 이렇게 단순하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토끼가 번뜩이는 묘책을 발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장면이 클라이막스다. 토끼해, 신묘년(辛卯年)이 밝았다. 새해는 언제나 희망에 가득 차지만 우리나라 경제 환경은 그리 밝지 못하다. 당장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가가 물가를 들썩이게 한다. 여전히 불안한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 위기도 언제든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국내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 전쟁의 재개 가능성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불확실한 환율 흐름 속에 원화가치가 더욱 오른다면 가뜩이나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우리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불거진 한반도의 긴장 국면도 국가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여건이 만만치 않다고 해서 움츠러들 '대한민국'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을 때도 정부와 우리 기업은 슬기로운 전략과 과감한 도전으로 헤쳐나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성장과 도약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했다. 삼성그룹은 '2등이 넘볼 수 없는 1등'을 새해의 화두로 던졌고 LG그룹은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글로벌 경영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해외 생산을 더욱 늘리며 올해도 사상 최대 판매에 나선다. 다른 기업들 역시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앞발이 짧아 높은 곳을 잘 오르는 토끼를 만난 간밤의 꿈은 성장이나 혹은 승진의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신묘년 새해도 대한민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토끼의 기지로 가득 차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성장을 이뤄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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