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 '스터디 모임' 열풍

첨단 범죄수사硏·지재권硏등 44개그룹 활발한 활동<br>회원 100명 이상인 곳도 10여개나 달해<br>연구 논문 발표·각종 입법 아이디어 쏟아내<br>실적따라 운영비 차등지급·인사반영도 검토

검찰 전문지식연구회 중 하나인 첨단범죄수사연구회 회원 40여명이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검 6층 소회의실에서 일본 중앙대 나카노메 요시노리 교수의 특별강연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지난 7월5일 서울중앙지검 6층 소회의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할 무렵인 오후 7시,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 40여명이 모여들었다. 검찰내 40여개 스터디 모임 중 활동이 왕성하기로 소문난 ‘첨단범죄수사연구회’ 회원들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일본 중앙대의 나카노메 요시노리 교수가 특별히 초빙돼 ‘컴퓨터 압수수색의 문제점 및 각국의 입법동향’ 주제로 강연을 했다. 회원들의 관심이 높은 데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나카노메 교수의 강연이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메모에 열중했다. 강연이 끝나자 곧바로 자체 연구논문 발표 시간으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부 김태호 검사는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조사방식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디지털증거에 대한 증거채택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입법방향도 제시했다. 이준엽 검사는 ‘수사과정 영상녹화물에 대한 증거조사방식’을 주제로 지정토론도 했다. 세미나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끝이 났다. 지난 2005년 초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는 검찰내 스터디 모임이 정보공유는 물론 논문발표 등의 잇따른 연구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미래의 검찰을 책임질 핵심 인재들이 키워지는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 회원 100명 이상인 곳도 10여개 6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현재 검찰 내에서는 44개 크고 작은 스터디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첨단범죄수사전문아카데미 등과 같은 곳은 활동회원이 1,700여명에 달한다. 회원이 100명 이상인 모임도 첨단범죄수사연구회(552명), 지적재산권연구회(200명), 기업회계 및 조세실무 동호회(198명), 금융거래추적연구회(181명), 금융증권법연구회(176명), 조세범죄연구회(175명), 형사법연구회(124명) 등 10개가 넘는다. 회원수가 18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영어로 토론하며 국제회의 지원 등에 나서는 ‘IAP 및 국제회의 지원연구동호회’ 등과 같은 전문 스터디도 있다. ◇ 입법방향 제시 등 연구성과 톡톡 주요 스터디 모임 가운데는 매주 한차례씩 정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외부 저명인사의 초청강연으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각종 입법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첨단범죄수사전문아카데미는 법정에서 디지털증거가 증거로 유력하게 채택될 수 있도록 법적장치 개선 방안을 연구, 최근 ‘대법원규칙규정 관련 입법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친목모임에 그쳤던 스터디 모임들이 이제는 정보교류와 전문역량 강화를 위한 ‘인큐베이터’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실적따라 차등지원, 인사반영도 검토 검찰 수뇌부도 스터디 모임 활성화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ITㆍ특허ㆍ지적재산권ㆍ금융ㆍ조세분야의 수사를 위해서는 전문역량으로 무장한 수사 검사들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대검찰청은 스터디 모임이 더욱 내실화하도록 하기 위해 논문발표 건수 등을 토대로 점수로 환산해 운영비 등을 차등 지급키로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논문발표 등의 실적이 없는 스터디 모임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운영비 등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소식지 등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터디 모임은 현재 ‘전문지식연구동호회’로 불리지만, 앞으로는 ‘OOO태스크포스(TF)’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개개인의 역량강화가 결국 검찰조직의 역량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지적재산권, IT, 특허, 금융, 조세분야 등의 전문 분야에 대한 수사역량 강화에 스터디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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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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