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고용구조에 큰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다.디지털 경제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보험 판매업이나 자동차 판매업, 소매업, 증권매매업 등에서는 인터넷 상거래 확산과 함께 대량의 실업이 예고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 광고나 전자 인증, 정보 검색 등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들이 창출돼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디지털 경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재교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디지털 경제로 야기될 수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본격화되는 디지털 실업=현대·기아·대우자동차판매 노동조합원으로 구성된 「3사 노조 인터넷 판매 공동대책위」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로 영업직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판매 중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SK·LG인터넷·한솔CSN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소핑몰과 ㈜네오플란 등 10여개 인터넷 자동차 판매업체들은 『대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판매업체들은 중간 유통경로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소보다 차종에 따라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싸게 팔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자동차 판매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현재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03년 미국 자동차시장의 인터넷판매 비중이 25%(약 1,3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 실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4월부터 인터넷 보험 판매를 허용함에 따라 24만명의 생활설계사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보험 판매로 보험 중개인들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밖에 소매업과 여행업, 인쇄출판업, 신문, 은반산업 등도 디지털 경제 발전에 따라 그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여 실업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미국 노동통계청은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98년 13.4%에서 2008년 11.6%로 1.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컴퓨터 관련 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은 신규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꾸준히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통산성도 99년부터 2004년까지 향후 5년간 고용 전망에서 중개산업의 고용 감소와 기업내 정보화에 따른 고용 감소로 163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반면 정보기술 및 전자상거래 관련 신직종 창출과 숙련·전문노동에 대한 수요 확대로 249만명의 고용이 창출돼 86만명의 순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디지털 경제에 따른 고용 증가 예상 업종은 정보통신산업과 정보서비스 컨텐츠산업, 인터넷 서비스산업, 운송업 등이며 직종으로는 웹사이트 매니저,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 컴퓨터 및 인터넷 관련 고숙련 직종, 레저·스포츠 등 여가 관련 직종 등이 꼽혔다.
◇인적자원 개발체제 변화가 시급하다=최선정(崔善政) 노동부장관은 『디지털 경제하에서는 정보가 핵심적 생산요소가 되므로 이를 관리하고 활용할 줄 아는 창조적 지식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며 『기능인력에 대한 수요가 「단순기능·제조업 생산직」에서 「다양한 직종, 지식 집약적·고숙련 근로자」 위주로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崔장관은 지식근로자의 확충 및 불완전 고용근로자·실업자의 능력개발을 위해 「열린 평생능력개발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동표(洪東杓)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경제에 맞는 고용정책 방향으로 교과과정 개혁과 컴퓨터 보급, 교사의 정보화 지원 등 정규 교육제도 개선 세제 혜택 부여 등 평생교육제도 개선 인터넷 기반의 프로그램 개발 등 재교육제도 개선 노동시장 정보제공 등을 제시했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입력시간 2000/03/12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