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무지개 끝의 항아리는 비어있나

◎인도네시아의 부상이 또 다른 엘도라도가 될 것이라는 희망은 전문가들의 평가절하와 한 지질학자의 의문사로 부서지고 있다지질학자인 미셀 드 구스만은 뱀들이 들끓는 보르네오의 맹그로브(홍수림) 습지를 여러번 여행했다. 3월19일 그는 비행을 결정했다. 그는 동칼리만탄 지방의 수도인 사마린다에서 부상의 채굴 야영지까지 짧은 여행을 위해 헬리콥터에 올랐다. 엔지니어(조종사)는 그의 안전밸트를 메주고 난후 판자 캠프에 프랑스산 알루에트III 포도주를 내렸다. 그러나 17분후 조종사 에디 터소노는 그의 헬리콥터에서 윙윙하는 바람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승객용 문은 활짝열려 있었으며 혼자뿐인 승객인 드 구스만은 사라졌다. 그것은 또한 브리­X 미네랄스사의 호시절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캐나다의 보잘것 없는 광산회사인 브리­X는 드 구스만과 2명의 회사 소속 지질학자가 자카르타 남동쪽 1천2백㎞ 지역에 있는 부상광산을 발견하고 곧바로 이곳이 세계 최대의 금매장지로 알려지면서 유망기업으로 급부상했었다. 소문으로 한주동안 시달리고 주가가 폭락한후 브리­X는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했다. 브리­X는 당초 부상에서 2억온스, 현시가 기준으로 7백억달러의 금이 매장됐다고 주장한 것은 너무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브리­X의 합작사인 미 광산회사 프리포트­멕모란도 초기 테스트결과 부상지역에 그렇게 많지 않은 금이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브리­X사의 발표를 확인했다. 3월27일 토론토 증권거래소가 개장하고 30분도 안돼 브리­X는 주가하락으로 30억달러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20.44달러까지 치솟던 주가가 이날 하루동안84%가 떨어져 주당 1.83달러에 거래됐다. 이 폭락은 드 구스만의 의문스러운 투신 못지않게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이보다 4일전 칼리만탄의 소택지에서 머리를 박고 부패하고 있는 필리핀인(드 구스만)의 사체가 발견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즉각 이 죽음을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롤렉스시계, 금 팔찌, 약간의 돈과 함께 40대초반인 드 구스만이 14번이나 말라리아로 고생한 후 최근 B형 간염에 걸려 비관하고 있는 기록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자살 주장은 곧바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가끔 이런 병들은 심각할수도 있다』홍콩의 전염병 전문가인 라이 작 유이우 박사는 말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매우 약해 혼란에 빠졌거나 혼수상태여서 침대신세를 지는 사람이다』 인도네시아의 민간 항공관계자들은 사고의 가능성을 계속 부인했다. 『헬리콥터는 망가지지 않았다』 사마린다 활주로의 항공관제관인 수기안토는 말했다. 『안전시스템은 양호했다. 안전벨트도 좋았다』 그러나 부상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돈이 걸려있기 때문에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친척중 한 사람은 드 구스만은 죽기 전날밤에 그의 아내인 테레사와 6명의 자녀가 호주 이민을 허가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돈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주 주가 폭락전에 그는 4백80만달러 상당의 브리­X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친척은 그러나 드 구스만이 별다른 설명없이 「살해위협」에 대해 언급했다고 기억했다. 진실은 그렇게 사악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드 구스만은 프리포트의 개발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포터와 광석샘플을 분석할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부상으로 갔다. 업계에서는 포터가 발견한 것이 부상 광산개발이라는 드 구스만의 프로젝트를 허물어뜨릴수 있다는 것을 그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브리­X는 뒤에 프리포트측에서 그들이 가지고 간 샘플들의 시각적 차이를 지적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부분은 브리­X가 불순할수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10년내에 가장 저명한 지질학자가 공개적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위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마닐라의 한 지질학자는 추측한다. 『드 구스만은 최초 개발결과에 대한 분석 책임이 있었다. 그는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예정됐던 모임 이틀후 자카르타의 신문 「하리안 이코노미 네라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광산이 실패작이라고 보도했다. 드 구스만이 죽자 이미 하락했던 브리­X 주가는 금요일 다시 13% 폭락했다. 캘거리의 브리­X본부에서 데이비드 왈시 회장은 그같은 소문을 일축하면서 격앙되어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프리포트는 단지 실험단계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광산 프로젝트가 그렇듯 두 회사는 갈등관계를 보였다. 조그만 브리­X사는 지난 89년 앨버타 증권거래소에 상장됐을때 주가가 몇 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드 구스만과 펠더호프가 96년초 거대 금광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주가는 치솟고 투자자들이 쇄도했다. 캐나다인들은 반갑잖은 현지 매수자를 차단하기 위해 수하르토 대통령의 장남 시지트 하리요유단토를 고문으로 고용했다. 그후 수하르토 대통령의 장녀인 시티 하디얀티 루크마나가 캐나다 대기업 배릭 골드와 제휴, 브리­X를 압박해 매장량의 75%를 팔도록 했다. 그 거래는 두달도 채 가지 못했다. 자카르타 외곽의 수하르토 목장에서 대통령과 그의 측근 봅 하산, 그리고 짐 봅 모펫 프리포트사 최고경영자는 비밀모임을 갖고 현행 협정에 합의했다. 프리포트가 15%의 지분을 갖고 광산을 운영한다. 브리­X는 45%를 차지하고 수하르토의 3개 자선 재단 산하의 하산 투자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30%를 가진다. 나머지 10%는 정부의 몫으로 돌려졌다. 많은 이들이 자체의 샘플로 조사를 벌여 이 광산의 잠재력을 조사하면서 분석가들은 부상을 『스위스 치즈』에 비유했다. 배릭, 캐나다 대형 광산회사 플레이서 돔 그리고 브리­X의 첫 컨설턴트인 킬본 엔지니어링 퍼시픽 등의 회사들이 모두 프리포트의 영업전망이 암울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실제 브리­X가 부상이 생각보다 가치가 없음을 확인했는데도 업계 내부자들은 프리포트의 누군가가 브리­X를 매입하기 위한 전단계로 소문을 퍼뜨렸다고 추측했다. 다른 이들은 불길한 징조로 왈시와 다른 브리­X 사람들이 주가가 높던 지난해 상당량의 주식을 팔았다는 보도에 주목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당국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광산에너지부는 상반되는 평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자체팀을 구성, 부상 평가에 들어갔다. 광산에너지부는 또 브리­X가 부상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허가서를 보류시켰다. 수하프토의 목장에서 모임을 가진후 하산은 초기의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부상이 실패로 끝난다면 그는 수하르토의 퇴직기금중 왕관으로 불리는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브리­X와 프리포트는 실험이 적어도 한달간 지속될 것이며 그때 가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이같은 논쟁은 필드의 소형 업체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소형 업체들의 주가는 대형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 브리­X가 실패로 끝난 지금 보르네오 정글에는 당분간 또 다른 신데렐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니시드 하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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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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