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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아름다운 섬

'올레' 통해 제주의 속살을 보다<br>아주 좁은 골목길 '올레'<br>해안선 따라 11개 코스<br>말미오름·알오름 '절경'

세찬 비바람 속에 종달-시흥 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자매 올레꾼들

올레 제1코스 말미오름으로 오르는 길.

[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아름다운 섬 '올레' 통해 제주의 속살을 보다아주 좁은 골목길 '올레'해안선 따라 11개 코스말미오름·알오름 '절경' 제주=글ㆍ사진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세찬 비바람 속에 종달-시흥 해안도로를 걷고 있는 자매 올레꾼들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올레 제1코스 말미오름으로 오르는 길.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지난 13일 제주는 강한 바람과 장대비에 온 섬이 뒤흔들렸다. 공항에선 결항 소식이 이어졌고 해안 도로에는 그 흔한 드라이브 차량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바람 속에도 걷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제주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간단한 요깃거리가 든 배낭을 지고 얇은 우비 속에 간신히 몸을 가린 채 제주의 산과 들, 마을과 바다를 묵묵히 걸었다. 비바람 속에서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 중 상당수는 ‘올레꾼’들이었다. 올레란 ‘거릿길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에는 서귀포시 200여 ㎞를 잇는 도보여행길 중 열두번째 올레 코스가 공개되면서 총 12개의 도보 코스가 복원됐다. 올레 코스를 만든 이들은 이 코스를 따라 걷는 사람들을 올레꾼, 모든 코스를 걸어보고 다른 이들에게 강권할 정도로 열성을 가진 마니아들을 올레 폐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강풍이 부는 제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제주 역시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제주의 한 단면이라는 ‘올레 정신’에 입각해 비바람 속에서도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제주의 속살을 만지는 여행 이번에 개방된 제주 올레 코스는 거리와 집을 잇는 길만도 아니고 아주 좁은 길만 포함하지도 않지만 걸어서 제주의 속살을 빠짐없이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의 ‘올레’다. 제주 동부에서 시작된 코스는 남쪽 해안을 타고 서부까지 이어져 1~11코스, 여기에 한 개의 알파 코스까지 총 12개 코스로 마무리 된다. 대부분 올레 코스는 15~17㎞가 많으며 가장 짧은 코스는 8.9㎞, 가장 긴 코스로는 23㎞ 구간도 있다. 보통 5~7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에 따라 소요 시간은 제각각이고 정해진 시간에 코스를 마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소통하고 마을 사람들을 마주하며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면 올레 코스를 제대로 걸은 셈이다. ◇바당과 마을, 역사가 만나는 올레 열 두 가지 올레 코스에는 제각각 특징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마을과 오름, 바다를 골고루 둘러볼 수 있도록 짰다. 모든 코스가 바당(바다) 올레를 포함하고 있으며 외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다를 끼고 걷는 코스는 5~11코스 사이에 가장 많고 그중 쇠소깍, 외돌개를 지나는 6~7코스가 걷기 좋고 볼거리도 많아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다. 올레꾼들이 가장 몰리는 곳은 제 1코스. 첫번째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올레 정복에 나서는 이들은 반드시 제1코스를 시작점으로 삼는다. 코스 초입부터 성산 일출봉과 성산포의 들판, 우도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말미오름과 알오름 구간이 있어 시간에 쫓기지 않는 올레꾼들이라면 간세다리(제주 방언으로 ‘게으름뱅이’)가 돼볼만한 장소다. ◇나무와 돌, 사람과 흙이 이정표 각 올레 코스에는 인공적으로 세운 표식이 따로 없다.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현대인은 너무 많은 간판에 노출돼 살아간다”며 “올레에서는 자연만을 만끽하라는 뜻에서 간판을 세우지 않고 바위와 나무 등에 이정표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올레 코스 안내는 나무와 돌에 그려진 파란 화살표와 파란색과 귤색으로 한데 묶여진 리본이 맡았다. 파란색은 제주의 푸른 바다를, 귤색은 제주 감귤을 상징한다. 녹음이 짙은 시기에는 귤색 리본이,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시절에는 파란 리본이 나그네를 안내한다. 두리번 거리며 걷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라 땅만 보며 걷는 것은 금물이다. 서 이사장은 “자연보다 아름다운 간판은 없다. 자연을 이정표 삼아, 길을 잃으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 가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올레는 인공적인 공사로 길을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길을 내고 수백 수천번의 발길이 닿다 보면 땅이 다져져 저절로 길이 된다. 올레 코스를 만드는데 뜻을 같이한 올레지기들이 안전을 위해 이어지지 않은 길목에 나무를 대어 다리를 만든 것이 고작이다. 어떤 길을 지날 때는 나뭇가지를 피해 허리를 숙여야 하고 어떤 길에선 둥근 돌 위를 연달아 걸으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 편치 않은 여정이지만 자연을 인간에 맞추는 대신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는 길이다. 사유지를 지나야 할 때는 마을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어 길을 지날 수 있게 했다. 주민들이 원치 않으면 둘러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여러 올레꾼들이 길을 지나며 쓰레기를 줍고 조용히 마을을 지나준 덕분에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사유지를 지나도 좋다고 승낙했다. 마늘밭과 부녀회 공동밭, 바다목장을 지날 수 있게 된 것 역시 주민들의 이해 덕분에 가능했다. 울퉁불퉁한 바위길에 해병대가 평평하게 돌을 다지고 쌓아 만든 ‘해병대길’은 군장병들의 땀으로 이어졌다. 문의 사단법인 제주올레 (064)766-2170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싸게 다양하게 화끈하게… 밤의 경제학 ▶ [리빙 앤 조이] 와인에 얽힌 스토리 ▶ [리빙 앤 조이] 느림의 미학… 세계를 다시 창조한다 ▶ [리빙 앤 조이] 해외 유명인이 타는 전용기 ▶ [리빙 앤 조이] 하늘에 뜬 집무실, 국내도 본격 전용기 시대 ▶ [리빙 앤 조이] "느리게 걷기로 여행 만끽" ▶ [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아름다운 섬 ▶ [리빙 앤 조이] 100돌 맞은 한국만화, 부활을 꿈꾼다 ▶ [리빙 앤 조이] 한국 만화의 역사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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