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리자 정부 출범 100일 그리스 뼛속까지 시리다

채무 상각 놓고 IMF-유로존-그리스 갈등 격화…

분할금 지원 부결땐 디폴트 직면, 그렉시트 이어질수도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간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5일(이하 현지시간) 출범 100일을 맞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지난 1월 구제금융 재협상 등 그리스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위기 탈출은 고사하고 오히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 직면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리스 채무 상각을 둘러싸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간 이견이 커지는 가운데 그리스도 양측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며 채권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오는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회의 때까지 추가 지원 합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해졌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 국채 상각 문제는 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논의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모스코비시의 발언은 앞서 IMF의 그리스 국채 상각 압박에 대한 유로존의 거부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FT는 해석했다.


지난달 24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폴 톰슨 IMF 유럽 책임자는 "그리스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그리스에는 긴축 수용을, EU와 유럽중앙은행(ECB)에는 채무 경감을 요구했다. FT는 톰슨 국장이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 긴축보다) 채무 탕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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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유로존이 그리스 정부와 벌이는 분할금 지원 협상에서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낮춰달라는 그리스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채무를 경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유로존 채권단이 그리스의 채무를 줄여주지 않으면 IMF 역시 분할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스에 지원되는 구제금융 72억유로 가운데 35억유로는 IMF가 담당하고 있다. 이 돈이 집행되지 않으면 그리스 정부는 이달 안에 현금이 바닥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와 자본통제 등 혼란은 물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 가운데 그리스도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하는 데 양측(IMF와 유로존) 간 정책 기조가 심각하게 다르다고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정부의 한 관리는 성명에서 "그리스 측이 상당한 양보를 했지만 IMF와 유로존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가로막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전했다.

2012년 그리스 정부와 국제채권단 간 구제금융 협정에서 그리스 정부는 2020년까지 GDP 대비 채무 비율을 120%로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시점에서 목표도달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U는 2월 내놓은 전망에서 그리스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지난해 176.2%에서 올해 170.2%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5월 새롭게 내놓은 전망에서는 180.2%로 오히려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 악화 우려로 그리스 증시는 4% 가까이 하락 마감했으며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6%포인트 올라 11%를 웃돌았다. 미국과 유럽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2.20포인트(0.79%) 내린 1만7,928.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 주요 증시도 크게 빠져 독일 DAX지수는 전일보다 2.51% 급락한 1만1,327.68, 프랑스의 CAC40지수도 전일보다 2.2% 하락한 4,974.05를 기록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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