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평생을 자기의 고집대로 살아온 사람이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그는 이념ㆍ철학서 등 무거운 주제의 책을 출간해 온 걸로 유명하다. 남들은 몸 사리던 군사독재 시절에도 ‘펴낼만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 앞뒤 안보고 찍어냈던 그다. 뚝심으로 헤이리를 일군 그를 만나봤다. -현재 오픈한 공간이 얼마나 되나요. “준공된 게 80채, 신축 중 인게 30채에 설계허가를 받았거나 마친 것이 100채 정도 됩니다. 올 안에 100채 정도 추가로 지어질 것으로 봅니다. 예상 보다 더뎌지고는 있는데 개인들이 제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한계가 있는거지요. 내년 이후에는 더디게 가도 좋아. 유보지 같은 개념으로 해서 더욱 풍성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거지. 다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차질은 있어. 회원이 370명이니 최종적으로 370동 정도의 건물이 들어서겠지” -입주자 자격 심사를 한다는데 특별한 기준은 있나요. “예술 장르별로 자격 요건 같은 것은 없었어요. 예술은 추상적인 분야라 일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 그래서 다양한 예술활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매커니즘과 문화비즈니스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거요. 결국 헤이리는 물리적 환경을 넘어서 문화적 인프라와 광장으로 확장시켜 나가야지” -영국의 책마을 ‘헤이온와이’에서 영감을 받으셨다지요. “참고하긴 했지만 종합적인 장르, 대표적인 아티스트들, 계획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독특해. 우리는 서울 집중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욕구가 있어.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와 아일랜드 대통령 메리 로빈슨도 다녀갔는데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시도가 가능했냐고 놀라요” -일각에서는 헤이리 입주하는데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헤이리에 들어선 갤러리나 전시 공간들은 한 채당 10억~20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들 입니다. 모든 건축물은 국내 유수의 건축가들이 이 곳의 풍광과 조화롭게 설계했습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친환경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인겁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오. 요새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보통 10억원을 넘습니다. 그 돈이면 헤이리에서 작업실, 전시실, 거주공간을 모두 해결합니다. 그리고 회원들 중 상당 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어렵게 입주한 분들입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어쨌든 핸디캡입니다. 전시공간이 대부분인데 관람객들은 좀 오나요. “주말에는 사람들이 제법 와. 지금은 겨울이라 사람이 없어. 문제는 주중인데 사실 접근성이 문제이긴 하지. 그래서 주중에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고민중이야. 문화예술 학교 등을 생각하고 있지. 이미 10여개 정도의 공간에서는 그 같은 활동을 하고 있어. 이밖에 회원 공동으로 국제 규모의 행사를 계획중이요” 인터뷰 내내 그는 혼자 묻고, 대답하면서 자료를 찾아 질문을 만들어 간 기자를 심심하게 만들었다. 한 시간 반쯤 지나자 그는 “기사를 몇 매나 쓸거냐”고 물었다. “다섯 매 정도”라고 하자 그는 “그럼 대충 됐겠네”라고 했다. 그의 답변은 공격적이서 기사까지 대신 써줄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