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현대자동차 이계안사장] 40대 대기업사장 신화

그는 머리가 크다. 두뇌회전이 빠르다.『그게 어디 보통 머리냐. 머리가 큰 만큼 아이디어가 술술 나온다』(박세용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 「TRUST YOURSELF」라는 다소 오만한 경구가 좌우명이라고 스스럼없이 밝힐 정도로 그는 자신을 신뢰하고 있어 실제로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에게서 이런 오만과 자신감을 발견하게 된다. 이계안 대표이사 사장(47). 그의 명석한 머리는 처음 사람을 대면할때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일단 그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논쟁을 목적으로 찾아간 사람은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논쟁을 시작하면서 선문답으로 유명하다. 일단 주제에 관련된 핵심사항 가운데 몇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그 질문이 어려운게 아니다. 많이 들어왔지만 딱히 설명은 어려운게 태반이다. 『빅딜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빅딜이 뭔데요』라는 식으로 응답한다. 이 답변이 출제의도에 맞아야 그는 비로소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대화는 편안하다. 필요할 경우 구체적인 숫자, 외국이론까지 나오지만 듣는데 큰 부담은 없다.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李사장은 명석한 머리에 부지런함까지 갖춰 비범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같은 환경은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금욕생활에서 기인한바 크다. 『내 건강 관리법은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기』라고 그는 스스럼없이 말한다. 담배는 배우지 못했고 술은 몸에 맞지 않아 삼가고 있다. 술은 권하기 전에 입에 대는 일이란 없다. 노래도 음치여서 유흥에는 젬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음악감상 특히 클래식에 일가견이 있다. 지난해말 부사장에서 46세라는 나이로 현대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 사장에 취임, 또 하나의 40대 사장 신화를 일궈냈다. 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2년, 부사장 승진 1년만이다. 현대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사장 자리는 정몽구(鄭夢九)회장체제로 들어간 현대자동차와 인수한 기아자동차의 구조조정과 업무조정을 총괄하는 핵심포스트. 그가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경이다. 鄭회장과 같은 경복고 출신으로 그룹내에서는 MK라인의 핵심인물로 꼽히고 있다. 정몽준(鄭夢準)현대중공업 고문과는 서울대 상대 동기로 이래저래 인복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를 「줄타기의 명인」이라는 쪽으로 삐딱하게 해석하는 임직원도 없다. 『한달에 책을 8~12권을 읽는다』고 그는 자신의 독서량을 말한다. 분초를 아껴써야 할 정도로 바쁜 대기업 최고경영자로서는 과분한 독서량이다. 방대한 독서량으로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성경. 논어와 사기, 이조실록, 인간의 굴레 등이다. 술은 소주 1~2잔 밖에 못하지만 1주일이면 5번정도는 술약속을 할정도로 사회지도층과 사적인 자리를 자주 가짐으로써 현실에 대한 인식도 보충할 정도로 현실적이기도 하다. 현대산업개발을 갖고 분가한 정세영(鄭世永) 전 현대자동차명예회장이 『자동차전문가들이 모두 떠나가면 현대자동차 경영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계안사장을 만나봤는데 똑똑합디다』라는 말을 전하고 떠난 것도 한때 화제거리였다. 자신을 권좌에서 몰아낸 핵심인물에 대한 평가치고는 너무 후하다는게 전반적인 평가였기 때문. 아침 6시10분에 출근해 하루종일 업무보고로 시작해 회의-토론-업무보고 등의 연속이다. 하지만 퇴근시간은 예상외로 빨라 6~7시면 나간다. 『저녁약속을 마치고 밤 9시에는 귀가를 해서 10시에는 반드시 잠자리에 든다』고 李사장은 말했다. 월 1회정도 영화를 보며 긴장을 푸는 소시민적인 소탈함도 갖추고 있다. 그는 합리적이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죽이질 않고 키워주는게 또다른 강점이다. 『우선 「나」에 비춰 올바른 목표를 세운다. 둘째 기본에 충실한다. 셋째 동료 또는 부하직원에게 가급적 많이 권한을 위임(EMPOWERMENT)한다』 李사장이 털어놓는 평소 업무자세에서 그의 이른바 「스타일」을 감지할 수 있다. 두툼한 뿔테안경을 써 아직도 「대학원생」이나 「학자」분위기를 풍기지만 일을하면 몰아부칠 때는 찬바람이 쌩쌩 돈다. 결재서류가 날아가고 육두문자가 쏟아지는 것도 예사다. 빠른 두뇌회전에 명확한 지시, 업무소화능력이 놀랍다는게 같이 일해본 임직원들의 평가다. 존경하는 인물로 정주영 현대그룸 명예회장을 꼽을 정도로 물론 워커홀릭.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한국중공업 사옥소유권 소송 등 현대의 각종 소송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스스로를 「상과대 법학과 출신」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해박한 법률지식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면면이 그와 만나면 그대로 전달된다는게 그의 지인들까지도 의견 일치다. /정승량 기자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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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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