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속수무책 원·엔환율… 해법은] 땜질처방 땐 또 위기… 선물시장 활성화 '큰 방파제' 쌓아야

선물 하루 거래액 81억원… 2007년 5분의1 그쳐

위안화 무역결제규모 늘려 엔저 리스크 줄여야


지난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한국무역협회·산업연구원 등에 청와대의 긴급 호출령이 떨어졌다. 추락하는 원·엔 환율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한 것이었다. 9월26일 관계부처 및 유관단체 실무진은 청와대에서 머리를 맞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돌아가면서 쓸 수 있는 대책을 소개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며 "추후 차관보급 회의가 열릴 때까지 대책을 마련해오기로 하고 헤어졌다"고 밝혔다.

원·엔 직거래시장이 없는 가운데 환율은 속절없이 떨어져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로 원·엔 환율이 소폭 상승했으나 내년에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엔저 공습에 대한 해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엔저 끝물에 경제위기를 두 차례나 경험했다면서 단기적 처방과 함께 항구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단기 대책으로는 환변동보험 가입 확대가 거론된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환변동보험에서 기준통화를 엔화로 설정한 기업은 지난해보다 되레 줄었다. 전체 이용금액은 지난 8월까지 1,14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55억원에 비해 27% 감소했다. 이는 기업들이 올해 초 엔저가 바닥이라고 인식하면서 상반기에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보유자 대부분이 보험을 들지만 중소기업들은 환변동보험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가입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정부의 가입 장려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엔저 대책에는 환변동보험료 인하가 유력시된다.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한 저금리 외화대출을 확대하고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일본산 기계와 설비 등 고정자본을 수입하면 세제상 혜택을 주는 엔저 활용 방안도 동시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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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엔화가 1997년, 2007년 등 주기적으로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우리나라는 위기를 겪은 악순환이 계속된 가운데 그때마다 땜질 처방만 할 게 아니라 더 큰 방파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환변동보험 지원은 작은 대책에 불과하다"며 "엔저라는 큰 물결을 막을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열도에서 미사일을 쏘는데 소총으로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원·엔 선물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직거래에 의한 것이 아닌 원·달러, 엔·달러 환율이라는 간접적인 구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며 "원·엔 선물시장을 활성화해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살리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원·엔 선물시장은 거의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의 통계를 보면 원·엔 선물시장에서 올해 8월까지 일 평균 거래액은 81억원 수준으로 엔저 공급이 한창이던 2007년 일 평균 거래액(432억원)의 5분의1에도 못 미친다.

위안화 허브 추진안을 속히 성사시켜 위안화 결제규모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1,64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뒀다. 기업들은 대부분의 결제대금을 달러로 받아 이를 서울 외환시장에 풀고 있고 이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중국과의 무역결제 통화 중 상당수가 위안화로 바뀌면 원·달러 외환시장에서 원화 절상도 주춤할 수 있고 이는 원·엔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 국제화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정부는 수십 년간 원화 국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말만 하고 뾰쪽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안화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정부는 원화 국제화를 추진할 의욕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1988년부터 원화 국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가장 기초적 단계인 해외 원화 직거래시장조차 아직까지 단 한 곳도 개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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