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자금사정 악화가 의미하는 것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기업들이 부도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여력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이처럼 나빠지고 있는 것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불안이 장기화하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질 경우 외부차입이 늘어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어려워져 동반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의 자금사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현금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상장사 101개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조원에 그쳤다. 지난해 말 78조7,000억원에 비해 불과 6개월 사이 18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1ㆍ4분기 중 117조원을 상회했던 현금보유액이 2ㆍ4분기에는 92조원으로 25조원 이상 줄었고 현대차도 83조원에서 66조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회사채 만기는 다가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채ㆍ카드채 등을 제외하고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순수 회사채 규모는 38조원에 이르고 이 중 1ㆍ4분기 중 상환해야 할 금액은 13조원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규모를 크게 늘리거나 단기차입 확대 등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자수요가 위축되고 있어 발행여건이 불리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이처럼 나빠지고 차입수요가 증대하는 것은 실물경제가 글로벌 금융불안의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것을 반영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 등을 통해 긴축을 강화할 경우 자금난을 가중시켜 줄도산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통화정책은 물론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실물경제의 움직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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