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당국 위기대응 무능력…MB정부 조직개편 후유증?

컨트롤타워 없어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br>"금융위-금감원 합친 '감독청' 신설을" 지적


‘금융감독 수장은 많은데 컨트롤타워가 없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금융당국의 위기대응능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월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던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지난 1일 시장이 한바탕 요동을 친 다음에야 제각각 진화에 나서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9월 위기설’과 관련해 “국채 만기가 오는 11일이면 종료되니까 금융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게 판명될 것이고 다음주만 지나면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금융위가 적절히 잘 조치해서 근거 없는 얘기로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 사실을 밝혀 금융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주와 다음주에 재정부ㆍ금융위ㆍ한국은행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장관이 관련 부처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위기관리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높다. 특히 금융 총괄부처인 금융위의 경우 주도적으로 나서 재정부ㆍ금감원 등과 함께 시장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 컨트롤타워 부재가 MB 정부의 조직개편 후유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능력 드러낸 금융당국 위기대응능력=재정부ㆍ금융위ㆍ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3월부터 차관급 주재로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시장불안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회의 때마다 ‘별 문제 없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피력했다. 7월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간부들이 함께 워크숍을 갖기도 했으며 거듭되는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멘트는 ‘헛구호’에 그쳤다. 9월 첫날부터 외환ㆍ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외신들도 앞다퉈 한국의 위기상황을 전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감독 수장들이 뒤늦게 시장안정에 나서고 있다. 시장 안정용 멘트가 재정부ㆍ금융위ㆍ금감원 등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고 있다. ◇조직개편 후유증, 금융감독청 생기나=위기대응 시스템 부재는 MB 정부 출범 초기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다. 특히 9월 위기설처럼 외부(외국인 자금 이탈)와 내부(경기침체, 신용 리스크 발생우려) 요소가 한데 어우러질 경우 현 시스템하에서는 제대로 위기를 찾아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조직개편에 따라 금융감독 권한이 여러 부처로 갈렸기 때문이다. 자본은 국경 없이 한국과 미국 등을 오가며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조직개편으로 인해 재정부는 환율 등 국제금융, 금융위는 국내금융 감독 총괄과 정책, 금감원은 시장감독 등으로 기계적으로 나눠져 효율적인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9월 위기설처럼 환율 등 외부 요인과 중소기업 신용 리스크 등 내부 요인이 결합돼 금융시장 불안이 생겼을 때는 주무부처는 재정부도 아니고 금융위도 아니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만다. 나아가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이 분리되면서 양측 간 보이지 않는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150여명의 인력으로 50개가 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하고 시장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MB 정부의 금융 조직개편은 소프트웨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하드웨어로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조직개편 없이 현 상태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6개월가량 지났다. 현 금융감독 조직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위기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서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은 재정부로 다시 넘기고 금융위 감독기능과 금감원을 합쳐 독립된 ‘금융감독청’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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