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은행 여신 담당자가 보는 기업 자금사정] 조영제 부원장 "당장 문제 될 만한 대기업 없다"

■ 금감원 여신담당 부행장회의

동양그룹에 화들짝 놀란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의 기업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모았다. 추가 부실기업들이 없는지 등 기업의 자금동향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동양그룹 이외에 시장성 차입 비중이 높은 2~3개 기업에 대한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전국 18개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동양 사태 이후 금융권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동양 사태 이후 은행들에 여신이 있는 주채무계열 대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당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만한 곳은 없었다"면서 "다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에 대해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감독당국과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한 후 시장에서는 주채무계열 가운데 시장성 차입 비중이 높은 몇몇 기업들을 대상으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감독당국은 주채무계열 기업들의 경우 은행권의 지속적인 감시∙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동양과 단순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면서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동양은 주채권은행이 없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면서도 "동양 사태에서 보듯 대기업은 한번 휘청거리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다. 주채권은행들도 이를 인식하고 주채무계열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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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이 더욱 관심을 갖고 독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STX와 동양 사례에서 보듯 그룹의 우량자산을 제때 매각하지 못해 결국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STX나 동양의 경우 자금상황이 위기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정석인 '우량기업을 먼저 팔아 위기를 막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결국 그룹 해체 국면에까지 치달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무계열 기업 가운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곳은 자체적으로 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주채권은행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독려하기로 했다"면서 "은행들도 기업의 자산 매각으로 들어온 돈을 회수하는 것을 자제하고 살 수 있는 자산은 매입해주는 것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이 한진과 동부 등 특정 그룹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감원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기업의 이름이 거론될 경우 되레 위기만 촉발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경우 결국 힘든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한편 이날 동양증권의 계열사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된 것과 관련해 은행들이 창구에서 금융상품을 팔 때 불완전판매의 소지는 없는지 집중 점검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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