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경영 25년, 삼성 강해졌다] <1> 국내 최고서 글로벌 최강자로

매출 39배·시총 303배 ↑ …초일류 기업 '롤 모델'로 우뚝<br>이건희 회장 집념의 리더십 반도체·스마트폰 세계 1위<br>올 브랜드 순위 첫 10위내 진출<br>하버드도 '삼성' 정규과목 채택



1987년 12월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호암아트홀에서 무겁게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원로 회장님과 고문 여러분. 미래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새로이 출범하는 삼성의 제2 창업에 찬란한 영광이 돌아오도록 힘차게 전진합시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현재 이 회장의 비장한 외침은 모두 현실이 됐다. 아니 그 이상을 해내고도 남았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다. 당시만 해도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현재는 초일류 기업을 넘어 전세계 기업이 부러워 하는 '롤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현실화된 이건희 회장의 약속=1987년 11월19일 이병철 선대회장이 타개한 뒤 이 회장은 다음날인 20일부터 삼성을 이끌게 된다. 그는 그 뒤 회장 취임사 등 틈나는 대로 삼성 전임직원 및 국민에게 '초일류 기업 삼성'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당시 제대로 된 산업자본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이 회장의 이 같은 외침이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5년이라는 세월에 '구호'는 현실로 하나하나 실현됐고 전세계인에게 삼성을 각인시켜나가고 있다.

실제로 단순 매출 규모만 놓고 봐도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39배나 성장했다. 1987년 그룹 매출은 9조9,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3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해외 직수출 규모는 1987년 63억달러에서 25배나 성장한 1,567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삼성그룹이 고용하는 인력 규모의 경우 과거에는 10만명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전세계에 걸쳐 42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1987년과 비교하면 4배나 많은 수치다.


인력의 경우 불과 4배가 늘어나는 데 불과했지만 매출은 39배, 해외 시장 직접 수출은 25배나 늘어났다. 이뿐 아니라 시가총액도 과거 1조원에서 무려 303배나 증가한 303조2,000억원(10월 말 기준)에 달해 이 회장 자신이 취임식 때 말한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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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가능하게 한 이건희 회장의 집념=이 같은 경영실적 변화의 가장 큰 버팀목은 역시 이 회장의 집념이었다. 반드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취임식 연설처럼 그는 여느 대기업 회장과는 다른 집념을 보였다.

이 회장은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 부도 위기에 처한 한국반도체 인수를 통한 반도체 산업 진출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현재 삼성전자의 초석을 다졌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진출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임원들에게 "언제까지 그들(미국ㆍ일본)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지요"라는 말로 갈음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집념은 최고의 반도체 기술로 꽃을 피웠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반도체 사업 초기는 기술 확보 싸움이었습니다. 일본 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배우려 했습니다"라고 회상할 정도였다.

현재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1위 역시 이 회장의 집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애니콜 품질 문제와 관련,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비싼 휴대폰, 고장 나면 누가 사겠습니까"라고 임원들을 다그쳤다. 이 같은 집념이 25년 동안 삼성그룹을 새롭게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세계가 추격하고 배우는 삼성=이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하이테크 산업인 전자업종에서 삼성의 입지는 초라했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등을 배우려 했고 미국 IBM 등의 기술력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벽이 높아 보였다. 일본을 배우기 어려우면 베낀다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소니와 파나소닉은 물론이고 인텔과 HP 등을 제치고 오히려 이들의 거센 추격을 받을 정도로 변모했다.

실제 브랜드 조사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전세계 브랜드 순위에서 올해 삼성은 처음으로 9위를 기록해 10위권에 진출했다. 이제는 추격하는 입장에서 추격을 당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세계적인 대학에서도 삼성을 배우기 시작했다. 미국 최고의 MBA스쿨인 하버드대에서는 2004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 성공 사례를 정규 과목 내용으로 채택했다. 이 과정은 MBA 1학년 학생의 필수 과목으로 수강생만도 1,000명에 달할 정도였다.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과 함께 64K D램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후 6개월 만에 기술 개발에 성공, 전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지켜내는 노력을 배우고자 한 것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은 어느덧 국내 기업에서 세계의 기업, 초일류 기업으로 변신한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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