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케릭과 이기준

이재용 기자 <국제부> jylee@sed.co.kr

대통령이 ‘땜질’이라고 말해 좀 적절하지 못한 단어의 선택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개각이 결국 탈이 났다. 당사자는 온갖 망신을 다 당하고 물러났고 그 사람을 천거했던 청와대 참모들은 집단사의를 표명하더니 결국 인사ㆍ사정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참여정부의 인적파일이 그렇게 얇은 것인지, 아니면 코드맞추기의 일환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뒤끝은 개운치 않다. 공교롭게도 이번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은 불과 한달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버나드 케릭 국토안보부 장관의 중도하차의 경우와 너무나 닮아 케릭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크다. 케릭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뉴욕 경찰청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부시2기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돼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됐었다. 그러나 불법으로 이민한 가정부를 둔 것은 물론 그녀의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며 지명된 지 8일 만에 물러났다. 이기준 부총리도 임명 사흘 만에 물러났으니 두 사람 모두 장관 자리에서 열흘도 채우지 못했다. 낙마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확산된 점도 비슷하다. 케릭은 가정부 문제 외에 국토안보부와 거래를 하는 회사에서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과 경찰청장 재직 당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기준 부총리와 관련해서도 아들의 국적포기 및 대학 부정입학, 재산등록 의혹 등 각종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됐다. 낙마 과정에서 모두 정실인사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도 우연치고는 공교롭다. 케릭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인물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으로 그는 부시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기준 부총리 역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점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적절하지 못한 인물을 잘못 골라 정치ㆍ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예는 비단 미국이나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잘못이 드러나면 실수를 인정하고 곧바로 교체하는 것이 옳다. 부시도 케릭 때문에 스타일 많이 구겼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인사로 조금 오르던 인기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잘못된 땜질로 다시는 그릇이 깨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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