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새해 나랏빚부터 줄여라

‘마이너스부터 줄이자.’ ‘희망’을 다짐하며 2007년 정해년 새해를 맞은 국민의 상당수는 아마도 조심스럽게 장롱 속 마이너스통장을 펼쳐봤을 듯하다. 지난 연말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이 잇따르면서 새해에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커졌지 줄지는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에도 소득은 별로 늘지 않고, 금리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이래저래 서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나랏빚이 많이 늘어난 참여정부 역시 어느새 유종의 미를 준비할 시기를 맞았다. 지난 97년 12.3%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어느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올해 무려 34.1%에 육박할 전망이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 역시 나랏빚 구조가 건강하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14조9,000억원, 올해에는 13조7,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과 조세 부담의 한계로 세입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나라살림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현 정부가 지난 2년간 발표한 굵직굵직한 중장기 국책사업 3개(비전2030, 국방개혁2020, 농업농촌 119조원 투융자계획)만 합하더라도 총 예산이 무려 2,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이 이미 마이너스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천문학적 재정 투입은 결국 현 세대가 아닌 미래세대에까지 감내하기 힘든 조세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저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97년 우리는 아무리 재정이 건전하고 실물경제가 건실하더라도 금융시장에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여지없이 무너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나마 우리가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부실화한 경제 구석구석에 15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랏빚은 다시 부메랑이 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재정에 대한 확실한 비전 없이 ‘비전2030’ 등 빚낼 사업만 양산하는 게 아닌, 마이너스를 최대한 줄이는 정부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나랏빚은 마이너스통장 하나도 버거운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더욱 해롭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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