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심층진단] "연봉 2,400만원 vs 1억원 … 복지비 삭감은 같은 잣대" 볼멘소리

■ 일방통행식 공기업 개혁 역풍

방만경영 개선 좋지만 박봉기관 직원은 피멍

선별적 쇄신작업 필요


'평균 연봉 약 1억원 대 약 1,800만원' 대기업 임원과 중소기업 직원의 임금 격차가 아니다.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과 게임물등급위원회 직원의 지난해 평균 보수 수준이다. 공공기관 근로자 간에도 연봉 수준이 천양지차로 벌어져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두고 공공기관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강도 높은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공공기관 간 형평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개혁의 잣대를 일방통행식으로 휘두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17일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주요 공공기관들의 임금내역을 파악한 결과 규모가 큰 시장형 공기업 직원의 연평균 임금은 7,600만원, 준시장형 공기업 6,900만원,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6,800만원,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6,100만원, 기타공공기관은 5,980만원에 달하고 있다.

직원 평균 임금 상위권 기관인 코스콤(지난해 약 9,700만원)과 코레일네트웍스(약 2,400만원) 직원 간 연간 보수 차이는 무려 7,300만여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을 '신의 직장'이라고 하지만 신의 직장 안에서도 '신'과 '머슴'은 따로 존재하는 셈이다.

직원들 평균 연봉이 3,000만원선에 턱걸이한 공공기관들도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코레일관광개발(약 3,000만원), 강릉원주대치과병원(약 3,100만원), 예술경영지원센터(약 3,200만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들과 정반대의 임금구조를 가진 곳들도 적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직원들 평균 연봉이 평균 9,000만원을 넘는다. 신용보증기금·에너지경제연구원·건설근로자공제회·광주과학기술원 등은 평균 8,000만원대의 연봉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관련기사



물론 공공기관들이라고 해도 소관업무의 전문성·난이도·생산성·국민편익 등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모든 공공기관들을 평행선 위에 놓고 똑같은 잣대로 임금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되고 예산을 지원 받으며 매출의 대부분을 공공사업에서 창출하는 공공기관들이 확연한 임금 양극화를 겪을 정도로 일부 방만경영 기관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게 행정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들의 방만경영을 옥죄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임금 기관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임금 공공기관들은 타기관보다 적은 보수 수준을 보완하기 위해 복지성 지출을 부분적으로 늘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공공기관들에 복지성 지출 삭감을 요구하면 상대적으로 방만경영의 책임이 큰 고임금 기관보다는 애꿎은 박봉 기관의 직원들이 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감정원(지난해 직원 평균 보수 6,048만2,000원)과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의 직원 연봉 차이는 거의 2배에 달하지만 해당 연봉에 포함된 급여성 복리후생비는 두 기관이 대동소이(각각 623만6,000원과 692만2,000원)하다. 따라서 두 기관의 연봉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급여성 복리후생비 전액을 삭감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한국감정원 직원들의 연봉은 불과 10.3% 줄어드는 반면 강릉원주대치과병원 직원들은 무려 22%의 임금삭감을 당하는 타격을 입게 된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연봉 3,000만원을 받은 직원의 복지비 400만원을 삭감하는 것과 연봉 1억원인 직원의 복지비 1,000만원을 삭감할 경우 어느 쪽의 타격이 더 크겠느냐"며 "공공기관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임금 격차부터 해소해야 직원들이 마음으로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기계적 개혁 요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보수도 적은 힘없는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에 어긋나는 과다한 복지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관별 형평성도 함께 고려해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개선작업은 '대마'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노조의 조직력이 강하고 기관규모도 커 정부의 개혁의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곳들을 골라 핀포인트식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에 반대하는 측은 대부분 고임금을 받는 공공기관 노조들"이라며 "그에 비해 약소 공공기관 노조들은 반대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