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숨길 수 없다면 아예 털어 놓아라

투명경영 (돈 탭스콧, 데이비드 티콜 지음, 김영사 펴냄)<BR>디지털 혁명으로 기업 주도권 대중으로 옮겨가<BR>투명경영에 대한 투자가 미래기업 생존·번영 보장

저자들은 디지털 혁명으로 오늘날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정보들을 더 이상 쉽게 감추지 못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2002년 11조원의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월드컴 사태에 항의하는 투자자들이 뉴욕연방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숨길 수 없다면 아예 털어 놓아라 투명경영 (돈 탭스콧, 데이비드 티콜 지음, 김영사 펴냄)디지털 혁명으로 기업 주도권 대중으로 옮겨가투명경영에 대한 투자가 미래기업 생존·번영 보장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저자들은 디지털 혁명으로 오늘날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정보들을 더 이상 쉽게 감추지 못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2002년 11조원의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월드컴 사태에 항의하는 투자자들이 뉴욕연방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회사가 나쁜 결정을 내려 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명성을 잃을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렸다면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성장 전망이 뛰어난 유망 기업이라 하더라도 투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다면 공든 탑은 와르르 무너져 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이런 생각은 예리한 투자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디지털 캐피탈(Digital Capital)’을 공동 저술했던 경영 컨설턴트 돈 탭스콧과 데이드 티콜은 20여년 전부터 기술이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투명성의 힘을 주목하게 됐다. 미국의 엔론, 월드컴의 부정회계 파문으로 전 세계가 이미 투명성의 막강한 위력을 경험한 터인데다 전 세계 언론이 투명 경영에 대한 일장 설교를 늘어놓은 이후이기 때문에 ‘투명경영’이라는 제목의 책에 진부함을 느낄 수 있다. 투명경영이라는 말이 갖는 뚜렷한 목적 의식성 때문에 제목과 저자 이름만 기억해 놓고 굳이 책장을 넘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이라면 아까운 책 하나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셈이다. 사실 ‘정직한 행동을 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흔해빠진 것이라 그다지 신중하게 귀담아 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수 천년 동안 철학자와 이른바 성인들이 이야기해온 것이 바로 이것 아닌가. 굳이 오늘날 투명성, 정직이라는 윤리를 또 다시 절절하게 늘어놓아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저자들은 오늘날 사업 환경이 과거 어느때 보다 더 신뢰성과 투명성에 좌우되고 있다고 대답한다. 투명성이 이 시대 화두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기업의 주도권이 소수의 시장 지배자들로부터 다수의 주주, 고객, 사원, NGO, 지역주민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플라스틱 병처럼 속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대 속에서 감출 수 없다면 아예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 편이 났다는 얘기다. 그런데 과연 다른 기업들이 부정을 일삼고 환경 오염 등의 비용을 사회에 떠 넘기는 상황에서 왜 나(?)만 손해를 무릅쓰며 투명성을 추구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슬그머니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하긴 저자 스스로도 세상 기업 가운데는 적절히 속이면서도 성공하는 회사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정도니 이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투명하면 기업은 피곤하다는 건 초보 CEO도 모두 아는 상식이다. 아이슬란드라는 영국의 소매식품 체인업체는 농산물 매장을 100% 유기농으로 바꾼 뒤 파산했다. 그래서 저자들은 적절한 선에서 투명성을 타협할 수도 있다는 답을 내 놓는다. 딱 한발만 앞 서가라고. 투명성이 대세라면 IT에 대한 지속적이고 현명한 투자가 기업에 엄청난 성공을 가져왔듯 투명성에 대한 현명한 투자가 미래 기업에 생존과 번영을 선물로 가져다 줄 것이다. 물론 대중의 감각보다 지나치게 앞서간 IT 업체들이 조로(早老)증에 걸려 제풀에 쓰러졌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8명이 사망한 후 신속하게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함으로써 바로 주가를 회복 존슨앤드존슨 ▦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악명 놓았으나 이제는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며 명예를 회복하고 있는 나이키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하고 채식주의자용 버거를 생산한 버거킹 등 풍부한 실제 사례를 통해 투명성의 문제가 단지 윤리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의 성패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07/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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