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났어요? 하도 잠잠해서 발표 난지도 몰랐어요.”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됐던 2일 오후 용산구 서부이촌동.
이 지역 청암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통합개발 계획 발표가 있던 날은 아침부터 매수 문의전화가 폭주했지만 오늘은 잠잠하다”며 “발표가 난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8월 서울시와 코레일 측의 ‘용산 철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계획이 발표되던 날 매수문의가 평소의 2배로 늘고 매도자들이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리며 매물을 거둬들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서부이촌동 부동산 시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김성규 대성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시가 8월 말에 이주대책기준일을 앞당겨 공고(이주대책기준일 이후에는 무주택자에 한해 입주권 부여)하면서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며 “매물도 많지 않고 매수문의는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서부이촌동의 소형 재개발 지분가격은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발표 직후 3.3㎡당 2억원까지 치솟으며 ‘묻지마 투자’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8월30일 서울시가 이주대책기준일을 공고한 후 3.3㎡당 1억5,000만원선까지 지분가격이 떨어진 상태. 매수 대기자들은 추가 가격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를 형성하고 있어 거래는 거의 실종됐다.
임길주 시범공인중개사 대표는 “앞으로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계속 언론의 조명을 받고 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 매수자들이 다시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업무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 컨소시엄이 “시유지에 속해 땅에 대한 소유권이 없었던 중산ㆍ시범아파트 주민들에게도 국제업무지구 주상복합의 입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중산ㆍ시범아파트 주민들도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시범아파트에서 38년을 거주한 이용원(71)씨는 “그 동안 시측에서 입주권과 관련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불안한 나날을 보냈는데 한 고비를 넘긴 것 같다”며 “하지만 앞으로 국제업무지구 주상복합 입주를 위해 분담금을 마련할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산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해숙(가명)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세민이라 입주권을 줘도 분담금 치를 능력이 안된다”며 “지금은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제업무지구 개발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P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일대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치솟아 감정가 및 보상가 산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