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업종전문화 왜 폐지하나(사설)

문민정부의 산업정책은 무엇인가. 또 재벌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율을 원칙으로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가 자유로운 진입 퇴출이 되느니 안되느니 하면서 간섭과 규제를 한다. 일관성도 투명성도 없는 정부 정책에 기업이 울고 웃고 하는 것이다.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업종전문화제도를 들수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운영계획에서 업종전문화제도를 기업자율에 일임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이 제도의 사실상 폐지를 암시했다. 그러나 시행을 제대로 해보지도, 효과를 거두지도 못한 채 성급하게 폐지할 일이 아니다. 이 제도는 문민정부의 역작으로 산업정책과 재벌정책의 골간을 이뤄왔다. 업종전문화제도는 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막고 한정된 자원을 주력업종에 집중투입, 전문화함으로써 세계적기업과 겨룰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과 제품을 만들려는데 목적이 있다. 그것이 곧 경쟁력 강화의 길이고 일류기업 일류제품을 창출하는 길이다. 이같은 목표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더욱이 정책 목표가 달성됐거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아서 오히려 보완 강화해야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소의 부작용과 반대가 있다고 해서 제도자체를 송두리째 없애려하는 것은 경쟁력 강화 정책의 포기이자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그같은 장치속에서도 재벌들의 문어발 확장은 계속되어왔다. 경제력 집중도 심화되었다. 전문화는 커녕 다각화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 결과 경쟁력은 약화되었다. 그래서 불황에 기업경영이 쉽게 흔들리고 수출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개방시대에 규제를 틀어쥐고 자율을 저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자율원칙을 정부가 지키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느 경우는 자율이 원칙이라하고 어떤 경우엔 간섭이 원칙이 되기도 한다. 제철산업이 그런 예다. 재벌기업이 제철사업에 진출하려 하자 과잉 시설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자동차 산업도 논리가 오락가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율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패의 예방과 효율화를 위해 조율하는 일도 정부정책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업종전문화제도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근간을 유지, 일관되게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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