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9일] 등산복 입은 연예인

최근 노스페이스나 코오롱스포츠처럼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너도나도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산악인들을 주로 모델로 내세워온 업체들이 돌연'흔한'연예인들로 돌아선 데는 속사정이 있다. 연예인을 기용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많은 업체들이 아웃도어 시장에 새로 뛰어들면서 제품만 가지고는 소비자들의 눈도장을 찍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타 마케팅은 이런 문제점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여기에 지명도 높은 산악인들은 이미 이런저런 업체와 다 연결돼 있어 새로운 모델로 산악인을 쓰기가 어려워진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악인의 '씨'가 말랐으니 연예인을 기용하는 쪽으로 유인되기 쉬운 환경일 수 있다. 10~20대 소비자들이 아웃도어를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연예인 모델 바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등산복 입은 연예인'의 이면에는 이처럼 다양한 분석이 자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아웃도어 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시장은 포화해가는데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제품들도 하나같이 외국 유명 브랜드들로 채워져 많이 팔아도 밑지는 장사가 되기 쉽다. 당장은 힘들어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충고는 이래서 나온다. 최근 만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새 앞다퉈 연예인을 동원하며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열을 올리지만 점점 시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업체들 간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웃도어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아니다. 외국 브랜드로 단기간에 시장 일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닮은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갈수록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는 더 힘들 것임이 분명하다.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에 힘써야 하는 것은 국내에서 바동거려봐야 앞에서 남고 뒤로는 밑지기 십상이라는 한 영업맨의 말을 푸념으로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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