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적 60분,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슬픈 삶

KBS '국적없는 고려인'


세계적 곡창지대인 흑토지대가 자리집은 우크라이나. 소련 붕괴 후 이 곳 흑토지대는 중앙아시아에서 농사로 자리잡은 고려인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수많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로 이사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하층민으로 전락해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국적조차 잃어버린 채 움막에서 비바람을 피하며 고단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을 떠나 편하게 농사짓겠다는 생각 하나로 우크라이나까지 흘러 왔지만 이들에게 다가온 건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인간 이하의 삶이었다. KBS2 ‘추적60분’이 3일 밤 11시 5분 방송하는 ‘국적 없는 고려인’편은 그 동안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처참한 삶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기차를 타고 15시간을 달리면 수천명이 자리잡은 고려인들의 터전 크림반도 일대가 나온다. 이 곳에서 사는 한 고려인은 농사짓는 배추밭에 임시로 비닐움막을 지어 산다. 팔지못한 배추가 수북이 쌓인 그는 갚지 못한 3,000달러의 빚 때문에 10년째 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곳에서 사는 17살 고려인 소녀 악산나는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우크라이나로 오는 길에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소연방 해체 당시 신생 독립국가에 국적 재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국적자 신세로 전락한 것. 국적이 없으면 언제고 걸리면 추방당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 집의 창문엔 늘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고, 외출할 때마다 항상 주의를 경계한다. 이처럼 고단한 삶을 살지만 이들은 여전히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식사 때마다 밥과 김치를 먹고, 매년 된장과 간장도 직접 담근다. 한반도를 떠난 지 수십년이 됐지만 서툰 발음이나마 우리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적 처지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의 슬픈 삶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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