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국채 '제로금리 시대' 진입

1개월물 300억弗 입찰서 사상 첫 0% 낙찰<br>안전 자산 쏠림 심화로 MMF 수익률 '비상'<br>낮은 비용으로 경기부양 재원조달등 장점도



자금 수요가 몰리는 '연말 효과'와 최악의 경기침체 시나리오인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미국 재무부채권(TB) 발행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제로(0)'를 기록했다. 특히 시중에서 거래되는 3개월 만기 미 국채 유통수익률은 한 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초유의 현상까지 벌어졌다. 미 재무부가 9일(현지시간) 실시한 4주 만기 국채 300억 달러 어치에 대한 입찰 결과 사상 처음으로 연간 금리 0%에 낙찰됐다. 이 국채는 신용위기 이전인 지난해 1월 29일 5.1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입찰에서는 해외 중앙은행들이 종전보다 훨씬 많이 응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8일 실시한 3개월 만기 국채(270억 달러) 입찰에서도 수익률 0.005%에 낙찰된 바 있다. 이는 3개월 물 TB가 선 보인 지난 1929년 이후 최저치다. 미 국채 금리 제로는 투자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신용 경색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자금 시장 불안감을 반영, 뉴욕 채권시장에서 3개월물 국채 유통수익률은 이날 한때 마이너스 0.01%까지 떨어졌다. 이는 1백만 달러 어치의 미 국채를 산 투자자는 3개월 뒤 25.56달러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국채금리 제로 시대의 진입은 7,000억 달러규모의 재무부 구제금융 이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던 금융 시장에 새로운 불안감을 던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포기하고서 안전 자산인 국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연말 자금성수기를 앞둔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말은 통상 금융 기관과 기업의 자금 수요가 몰리고, 환매 요청에 시달리는 헤지펀드들도 4ㆍ4분기 환매에 대비해 자금을 비축해야 하는 시기다. CNBC방송은 이를 두고 "투자자들은 은행 조차 믿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채와 최고 우량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미국의 MMF는 어지간해서는 손실을 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국채 수익률이 폭락하면서 국채 편입 비중이 높은 MMF는 수수료를 제하면 고객에게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 운용 3개 펀드 등 일부 MMF들은 신규 가입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MMF에 편입되지 못한 자금의 부동화(浮動化)를 부르고 이는 다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채 금리의 하락이 앞으로 시중 금리를 끌어내려 장기적으로 신용 경색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더라도 경기 침체와 신용 경색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겠고 선언한 바 있다. 실제 FRB는 최근 시중 실세 금리를 낮추기 위해 모기지 유동화증권(MBS) 매입 등으로 채권 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가 낮은 비용으로 경기부양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4,550억 달러의 미 재정적자가 내년에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면서 "국채 수익률 하락은 '신 뉴딜'정책을 펼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 부담을 들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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